中·日, 전환기 몸부림치는데…"한국만 정쟁으로 허송세월"

입력 2013-12-17 21:40  

이슈 투데이 -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한국은 지금 '연미화중' 전략 펼쳐야
박근혜정부, 좌고우면 말고 경제부터 살려야



[ 서정환/김유미 기자 ]
“한국은 미국을 통해 동북아 세력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얻는 ‘연미화중(聯美和中·미국과 연합하고 중국과 화합)’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17일 서울 여의도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9월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정책 고문으로 위촉된 그는 그동안 중국 정부 당국자들을 상대로 15차례 강의를 하는 등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최근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북한의 장성택 숙청 등 동북아 정세의 급변과 관련,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익을 관철해나갈 수 있는 유연한 전략과 실리적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최초로 중국 사회과학원의 정책 고문을 맡았는데.

“직접 들여다본 중국 지도부와 관료 그룹들의 속내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깔려 있었다. 계층 간·지역 간 갈등, 사회주의와 시장주의의 모순적 배합 등 국내 불안 요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국굴기’(대국이 일어선다는 의미)는 지속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중국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나.

“중국은 세 가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하나는 동남부 해안에 편중된 개발이다. 이 지역 개발만으로 13억 인구를 먹여 살리며 성장력을 유지할 수 없다. 둘째는 지방정부를 비롯한 재정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투입을 크게 늘렸지만 경제 전반의 생산성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세 번째, 국민 욕구 체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밥만 먹으면 만족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중국 정부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2단계 개혁개방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개혁개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리더십이 조기에 확보돼야 한다. 시진핑 정부 내에서 지나치게 분권화된다든가 민주화 파도에 휩싸이게 되면 중국은 갈등과 모순적 배합을 관리할 수 없다. 중국의 민주화는 장기 과제이긴 하지만 단기로 보면 중국의 사회적 혼란은 2단계 개혁개방에 엄청난 장애 요인이다. 중국 정책 당국자들에게 ‘빨리 시작하되, 차근차근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미·중 간 견제 속에 한국은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하나.

“한국은 중국에서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미 동맹의 보호막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과 안보, 금융과 통화, 정보 공유 등 세 가지 우산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우산을 벗어버리면 우리는 보완할 대책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동북아 세력 균형을 얻고 중국과 경제 이익도 추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쫓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연미화중’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보나.

“일본 국민은 지난 20년간 장기 디플레이션으로 뼛속까지 지친 상태다. 아베 정부는 경제회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고개 숙인 일본 국민을 주목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산업의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반숙’에 끝날 수도 있다.”

▷남북 관계에 개선 여지는 없나.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중 관계가 아직 정리가 안된 상태다. 장성택 숙청에서 보듯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과 격변사태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도 표류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에 대한 비중이 예전같지 않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도 썩 순조롭지 않은 상황인데.

“박근혜 정부는 지금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씨름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첫 번째가 고령화 추세다. 두 번째는 가계부채다. 가계가 피폐한 나라는 성장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산업적 역량이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점이다. 중화학공업, 정보기술을 이을 만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정책 역량도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폭증하는 국민복지수요에 비해 재정력의 취약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요즘 정치·경제적으로 혼란스럽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한·중·일 3국은 현실의 벽을 뛰어 넘어야 하는 전환기적 구조개편기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은 2단계 개혁개방으로,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각자 한계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소모적 정쟁과 분열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정부도 경제회생과 경제민주화를 놓고 왔다 갔다 할 게 아니라 앞으로 경기회복과 활성화 쪽으로 간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

정덕구 이사장 약력

△1948년생(충남 당진) △1971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4년 재무부 경제협력국장, 국제금융국장 △1997년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 IMF 협상 수석대표 △1998년 재정경제부 차관 △1999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3년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 △2004년 국회의원(열린우리당) △2005년 중국 인민대 초빙교수 △2007년 재단법인 니어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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