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최석영 주 제네바 대사
[ 조미현 기자 ] 지난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무역 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 원활화, 농업 일부, 개발·최빈개도국 등 3개 분야에서 우선 타결됐다. 일부 분야지만 159개 회원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외의 타결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경제신문은 이번 ‘발리 패키지’의 타결 의의와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에서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에는 이샤오준(易小准) WTO 사무차장과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가 자리했다. 사회는 최석영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사진)가 맡았다.
▷최석영 대사(이하 최)=성공적으로 발리 패키지가 타결됐다. 타결의 의미가 뭔가.
▷이샤오준 WTO 사무차장(이하 이)=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발리 패키지가 실행되면 세계적으로 무역은 1조달러, 일자리는 2100만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절반은 동아시아에서 창출될 것이다.
▷박태호 교수(이하 박)=우선 WTO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이번에 합의된 것 중 가장 중요한 무역 원활화는 전반적으로 무역 관련 거래비용을 10~15%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다.
▷최=하지만 협상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게 작다는 의견도 있다.
▷박=발리 패키지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합의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진국, 개도국, 최빈개도국 등 거의 모든 회원국의 이해가 균형 있게 반영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특히 최빈개도국은 이번 협상으로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게 됐다. 원산지 기준 완화 등 최빈개도국에 대한 우대 조치를 마련했다.(한국도 농업 부문 개도국으로 분류돼 저율할당관세(TRQ) 방식 개선 등의 의무를 면제받았다)
▷최=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자체제인 WTO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이=TPP, RCEP과 같은 이른바 ‘메가(거대) FTA’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자체제는 중심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생각한다. 메가 FTA는 참여국과 비참여국 간 차별을 원칙으로 한다. 또 협상할 때 개도국이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하지만 WTO는 그렇지 않다.
▷박=메가 FTA와 WTO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WTO가 각각의 메가 FTA 간 소통과 협력을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거대 FTA들이 통합되면 그야말로 다시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고 지원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최=한국은 WTO 회원국이지만 최근에는 FTA를 활발하게 맺어왔다.
▷박=한국이 FTA에 관심을 둔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하지만 통상 측면에서 다자주의를 가장 상위에 두고 있다. WTO에서 한국의 지위는 독특하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 FTA를 체결했다. 중국과도 FTA 협상을 하고 있다. 또 RCEP에 참여하고 있으며 TPP에도 관심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 RCEP이나 TPP 같은 메가 FTA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리=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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