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쯤 달리나 싶었는데 전방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 표시된 속도계는 150㎞/h를 찍었다. 국도에서 시속 60㎞로 주행한다고 운전했는데 이미 100㎞/h를 넘고 있었다.
17일 광주공항에서 영암 F1(포뮬러원) 서킷까지 신형 제네시스 3.8 H트랙(4륜구동)을 몰고 가면서 과속이 잦았다. 차 안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체감 속도가 낮아서다.
엑셀 페달을 마음 먹고 밟으면 시속 200㎞는 차체 흔들림 없이 속도가 붙는다. 기존 제네시스가 직진 고속주행에서 좌우로 출렁대는 롤링현상이 있었다면 2세대 제네시스는 패달을 더 밟고 싶게 만든다.
승차감은 이전보다 딱딱해졌다. 그러나 묵직하게 바닥을 쥐어잡고 달리는 운동 능력은 독일차 뺨친다. 만일 블라인드 테스트라도 했다면 BMW나 아우디 자동차와 구분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였다.
현대차는 그동안 대형 세단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통해 해외 고급차 시장을 노크했다. 겉모습은 프리미엄급 고급차를 닮았어도 주행 성능은 매번 해결 과제로 남았다.
험난한 코스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혹독한 성능 테스트를 해야만 했던 이유도 달리기 만큼은 유럽차에 한참 뒤진다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2세대 제네시스는 칼을 간 듯하다. 영암 서킷의 선회구간을 날카롭게 돌아나오고 가속시 경쾌한 배기음을 내뿜으면서 달리는 움직임은 현대차의 첫 번째 '스포츠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줘도 결코 손색이 없었다. 정교해진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물론 8단 변속기를 패들시프트(기어변속장치)로 바꾸면서 운전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서킷을 달릴 땐 첨단 기능에 조금 놀랬다. 앞선 차에 바짝 다가갔더니 순간 '삐비빅~' 거리는 경고음을 내면서 전방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추돌방지 표시가 떴다. 신형 제네시스에 주행 못지 않게 안전 장치도 보완한 대목이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신형 제네시스의 안정된 주행성능, 든든한 승차감, 밸런스가 갖춰진 하체 등은 미리 타본 고객들도 만족스러워 했다"며 "선회 능력과 승차감은 BMW 5시리즈를 능가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실주행 연비는 앞으로 현대차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제네시스 3.8 H트랙의 복합 연비는 8.5㎞/ℓ. 광주에서 영암까지 달리면서 평균 연비 6.8㎞/ℓ를 찍었다. 교통 체증이 많은 시내 구간이 아닌 한적한 시외 운전이어서 다소 만족스럽지 않았다.
고장력 강판과 다양한 기능을 넣으면서 연비가 구형보다 나빠진 데다 차량 무게가 약 130kg 무거워진 것은 최신 트렌드에 역주행 한 결과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슈가 차체 경량화 및 고연비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신형 제네시스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영암=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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