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6천여곳, 6년새 절반 '아웃'
[ 칭다오=김태완 기자 ] 칭다오시 내에서 자오저우만을 따라 북서쪽으로 20㎞ 올라가면 국가고신개발산업개발구가 나온다. 167㎢의 광활한 면적에 갓 지어진 몇 개의 건물만 덩그러니 있고 여기저기에서는 공사가 한창이다. 파오즈강 투자촉진국 부국장은 “인프라 구축에만 140억위안(약 2조5000억원)을 투자했다”며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3개월이면 토지 취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개발구에 입주한 기업은 아직 300여개에 불과하다. 시즈강 고신개발부 선전부장은 “우리는 첨단설비 바이오 소프트웨어 등 3개 업종에 한해 1무(약 667㎡)에 280만위안 이상을 투자하고 발명특허가 있는 기업만 유치한다”며 “이 개발구를 중국 북방지역 최대 로봇단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신발 완구 액세서리 등 한국 전통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칭다오는 요즘 첨단산업 중심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심재희 KOTRA 칭다오 무역관 차장은 “칭다오시에만 10여개 이상의 고신개발구가 생겨났고 모두 친환경 첨단산업을 유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칭다오시에 대한 외상투자는 지난해 46억달러에서 올해 5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투자 유치도 순조롭다.
반면 칭다오시에 진출한 한국 기업 대부분은 경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006~2007년 6000개가 넘었다. 교민도 많을 때는 10만명 규모였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한국 기업 3000개, 교민 5만명으로 절반 수준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급등한 인건비를 견디다 못해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간 기업도 많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유턴기업은 모두 51개로 대부분 칭다오에 있던 업체다. 지금도 칭다오에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가공수출 업체다. 또 기계부품 화공약품 등 전통 제조산업이 많다. 칭다오의 한 기업인은 “요즘 한국인회 모임에 나가면 허가가 안 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전통산업은 설비 확장이나 추가 투자도 시정부에서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산업연구원의 중국시장 진출전략 보고서는 “중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상호보완 성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의 업그레이드에 맞춰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연안지역에서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가공 수출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대신 신소재 자동차 부품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 우위가 있는 혁신형 기업 진출이 이뤄져야 효율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칭다오=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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