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변화를 선점한다는 것은 기업에 대단히 중대하다. 기업의 미래 포지셔닝을 세우는 일이며, 무수히 많은 기업 속에서 독보적인 자기만의 영역에 금을 그어 놓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SK텔레콤 기업PR ‘가능성의 릴레이’편과 ‘테크리더십’편은 이 기업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SK텔레콤은 이 기업 PR을 통해 그간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기업 비전을 일상의 단계에까지 적용해 보이고 있다.
‘가능성의 릴레이’편은 대중과 일상에 닿아 있다.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철학적 입장이 선명하다. ‘당신의 똑똑한 오늘을 만듭니다’는 커뮤니케이션의 궁극적 목표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이 광고는 인간을 향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보여준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눈이 오네요”라고 ‘자동차가 건넨 이야기’를 ‘당신의 스마트폰이 이해’하는 것. 깜깜한 밤길을 걷는 모녀가 “너무 깜깜해”라고 한 말을 CCTV가 듣고 ‘가로등이 이해’하는 것. “다 퇴근했네”라고 말하는 텅 빈 사무실 이야기를 ‘전등이 이해’하고, “아침이 왔어”라는 식물의 이야기를 ‘비닐하우스가 이해’하는 것. 굳이 인간이 얘기하지 않아도 인간의 마음을 알아채 스스로 사물들이 반응하고 소통하는 것. 즉 ‘세상의 사물들이 알아서 서로 소통하게 만드는’ 기술이 그것이다.
과연 사물들은 서로 알아서 소통할 수 있을까. 이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어떻게 이 불가능을 ‘가능성의 릴레이’로 만들 수 있었을까. 이는 릴레이 밑에 숨겨진 마술적인 흐름이 있어서다. 즉 눈이 오는 날 “눈이 오네요”라고 말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라 그런 인간을 향한 기술을 만들어낸 누군가의 목소리이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도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렇게 반응하도록 감성적으로 꾸며놓은 누군가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의 마술적인 기능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정보 전달 기능을 갖고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술적인 힘이 존재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누군가 치유되고 누군가 성장하며 누군가 감복된다. 이 기능은 ‘공감’에서 비롯된다. 내 맘같이 알아주는 타자의 존재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의 정보전달 기능보다 훨씬 중요한 마술적 기능이 될 것이다.
이 광고는 일상적인 이야기 몇 편을 사용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마술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눈이 오네요’라는 이야기는 아마도 사람의 목소리에서 시작해 자동차로 릴레이,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릴레이된다.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을 집어든 누군가의 눈으로 전달된다. 즉 인간에서 시작해 사물로 간 정보는 사물과 사물 사이로 전달되고 다시 인간으로 전해진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최초의 발화자가 걱정했을 ‘눈 오는 아침의 미끄러운 도로’ 같은 감성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정보가 정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의 감정을 담아 전달된다는 것은 사물의 행위가 마치 감정을 담고 나를 걱정해주는 듯한 마술적 상황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CCTV와 가로등이 밤길을 가는 모녀를 걱정하고, 텅 빈 사무실과 전등이 자칫 불 끄는 것을 깜박 잊고 사무실을 떠난 누군가를 걱정하며, 비닐하우스가 멀리 있어 식물들에게 물을 주지 못하는 노부부를 걱정하는 것 같은 마술.
우리가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집중하는 것은 이 분야가 궁극에는 차가운 기술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살뜰히 챙겨주는 건 소통과 공감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디지털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이에 따라 통신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기술이 지향하는 궁극점인 ‘사람’이다. 과연 SK텔레콤은 광고 카피를 통해 주창하고 있는 ‘사람을 향한 기술’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적어도 광고는 분명 그 마술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비의를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정덕현 광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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