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락 기자 ]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조성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광명·시흥지구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엔 규모가 너무 커서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부담이 되고, 규모를 줄이자니 제외된 땅에 대한 처리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지에서 제외한 부지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로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입장인데, 원주민(토지주)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업지구 지정 이후 3년간 보상도 못 받고, 엄청난 피해를 봤기 때문에 용도가 변경된 대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는 이달 말 광명·시흥지구의 사업 추진 계획 발표를 앞두고 사업부지 축소 방안과 기존 방안 지속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지난 6월 광명·시흥지구 규모를 줄여 주택을 기존 9만가구에서 6만~7만가구 정도로 축소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LH의 자금난 등으로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규모를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LH 사업비 가운데 보상비는 통틀어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잡혀 있다. 하지만 광명·시흥지구의 보상비만 8조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른 사업은 모두 중단하고 3년간 광명·시흥지구 보상비로만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광명·시흥지구 사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사업지에서 빠지는 부지 처리가 골머리다.
국토부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로 환원할 생각이지만 주민 반발이 만만찮아 쉽지 않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개발 중단에 따른 피해 발생 부분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고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돌려주면 특혜 논란과 함께 난개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제외되는 부지를 그린벨트로 다시 묶는 대신 시가화조정구역 등 도시관리계획으로 묶어 개발계획이 마련될 때까지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가화조정구역은 무질서한 개발을 막고 계획적·단계적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5~20년 이내로 기간을 정해 건축행위 등을 유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가화조정구역도 그린벨트 못지않은 건축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에 주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이언주 민주당 의원(경기 광명을)은 지난 5일 광명·시흥 보금자리사업 간담회를 열고 “아무리 공익사업이라도 주민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해된다”며 국토부와 국회에 조속한 해결안 마련을 촉구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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