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사갈등 여지 남긴 통상임금 판결

입력 2013-12-19 21:35   수정 2013-12-20 04:39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임금체계 정비 때 노사충돌 우려
사회적 대화 통해 파장확산 막아야"

김영문 <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nsik5@hanmail.net >



그동안 논란이 됐던 통상임금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사의 유불리를 떠나 나름의 결단을 내렸다. 판결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은 유지한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기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는 무효이다. 따라서 과거 3년분은 소급청구할 수 있다. △다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기초에서 배제하기로 한 노사합의가 있는 경우 이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급청구한다면 기업이 안게 될 경영상황을 고려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소급청구를 부정할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비교적 분명히 함으로써 ‘통상임금에 관한 원칙’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되며, 현재 계류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소송사건 자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통상임금에 대해 법적으로 명확성을 다했는지, 또 판결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법적인 관점에서는 1임금지급기(보통 1개월)의 요건을 단언적으로 폐기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들어올 통로를 열어주었지만, 그런 판단이 우리와 경쟁하는 선진국의 경우를 볼 때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통상임금에서 금액이 가장 커 논란이 되는 것은 정기상여금이다. 사업장마다 다르겠지만, 정기상여금은 지급의 역사나 지급의 동기를 볼 때 ‘정기’에 주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여’에 중점이 두어지는 금품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정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연 ‘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국가가 얼마나 될까.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성 판단에서 근로자 보호 임금정책을 위해 법률과 자신의 과거 판결에 지나치게 얽매여 판단한 듯하다. 이런 판결로 인해 기업의 추가적 인건비 부담은 증대될 것이 뻔하다. 물론 노사합의가 있는 경우 소급청구에 제한을 두기는 했다. 그러나 장래에는 어느 금원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한다는 노사 간의 합의가 있어도 무효가 되고, 소급청구 제한도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로 인해 부담이 가중되는 기업들은 임금체계를 재정비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노사 간의 힘겨루기는 대규모 집단적 갈등으로 나타날 소지도 많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노사가 고용노동부의 지침을 신뢰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했다는 점이다. 그런 정부의 지침에 대한 믿음이 독화살로 되돌아와 기업들은 막대한 부담을 지게 됐다. 특히 정부의 지침을 신뢰해 정기적으로 그리고 두둑하게 상여금을 지급한 기업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시장이 요동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건비의 가중은 기업들의 인사정책을 바꾸게 할 것이다. 인건비 가중으로 초과근로를 줄이게 되면 생산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은 노동강도를 강화한다. 또한 연구개발비를 줄임과 동시에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 같은 불안정고용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통상임금에 대한 판결이 미치는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막대한 비용증대는 생산 기지의 이전은 물론 실업에 대한 압박을 초래하고 대외무역수지 및 국가경쟁력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판결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 매크로한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는가. 경쟁 선진국은 앞장서 달리는데 우리는 권리싸움과 제도를 붙들고 씨름해야 하는가. 대법원은 법률문제의 종결자가 아니다. 이제 사회적 대화구조와 입법자가 움직일 때이다.

김영문 <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nsik5@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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