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오너가, 10년 만에 주식 매각한 까닭은?

입력 2013-12-20 13:24   수정 2013-12-20 16:25

[ 강지연 기자 ] 오뚜기 오너가(家)가 10여년 만에 자사주를 팔았다. 최근 오뚜기 오너가와 알짜 계열사들이 잇따라 자사주 매도에 나서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선 오뚜기가 3세 후계를 위한 물밑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통주식 수를 늘려 3세 승계작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동생 함승호 씨는 자사주 620주를 장내 매도했다. 함씨의 오뚜기 지분율은 0.99%에서 0.98%로 줄었다.

2000년 이후 오뚜기 오너가의 자사주 매매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사주를 상속·증여한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자사주를 매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함씨가 오뚜기 주식을 매도한 것도 1999년 이후 14년 만이다.

오너가 일원이 운영하는 계열사도 최근 오뚜기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함 명예회장의 둘째 상위인 정연현 대표가 이끄는 계열사 풍림푸드는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22차례에 걸쳐 6년간 보유해온 오뚜기 주식 1만 주(지분율 0.29%)를 전량 처분했다.

오뚜기의 2세 후계구도는 함 명예회장의 장남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으로 확정된 상태다. 지난 6일 기준으로 함 회장은 함 명예회장(17.4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분율을 갖고 있다. 함 회장의 지분율은 15.38%로 장녀와 차녀인 영림, 영혜 씨보다 각각 12.07%포인트 높다.

2세 후계구도는 확고해졌지만 3세 승계 작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3세들의 자산 승계율은 4.35%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오뚜기 주식을 손에 쥔 3세는 함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2.04%)와 장녀 함연지(1.15%) 씨다. 이외에 정수진, 정인성, 정윤정, 정수홍 씨는 각각 0.29%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3세들이 모두 성인이 된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오뚜기 오너가의 지분율은 50%에 달한다. 여기에 계열사와 임원들의 주식 수를 더하면 지분율은 63.41%다. 오뚜기 주식 물량의 절반 이상이 묶여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3세 승계작업을 위해 유통주식 수 늘리기에 돌입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세 승계작업이 시작되려면 유통주식 매입이나 증여가 필요하다" 며 "매매 활동이 미미한 오뚜기 오너가에서 매각 물량이 잇따라 나온 것을 보면 이를 위한 유통주식 수 늘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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