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큰손' 中·인도 소비 억제로 타격
"1000弗 밑으로" vs "2014년 반등" 전망 엇갈려
[ 김보라 기자 ]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온 국제 금 가격(현물, 런던시장 기준)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소식에 심리적 저항선이던 1200달러마저 붕괴됐다. 금값은 1트로이온스(약 31.1035g)당 올 1월2일 1693.8달러에서, 4월16일 1380달러, 6월28일에는 1192달러까지 떨어졌다. 양적완화 축소가 발표되자 장중 1187.40달러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올 들어 28.65% 하락했다. 연간 낙폭 기준으로 33년 만에 최대다.
○달러 상승에 금값 직격탄
금값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달러의 대체재이자 안전 자산으로 인기를 누리며 금빛 랠리를 이어왔다. 2008년 12월에서 2011년 6월까지 미국 중앙은행(Fed)이 2조달러의 자산을 매입하면서 금값은 이 기간 70% 상승했다. 2011년 9월 초에는 19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린 건 Fed가 테이퍼링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올초부터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Fed의 채권 매입이 줄어든다. 그만큼 시장에 풀리는 달러가 줄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아진다. 달러가 오르면 금은 투자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금값이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만약 100달러어치 금을 보유하고 있을 때 달러가치가 10% 하락하면 자산가치가 110달러가 되고, 10% 상승하면 90달러로 떨어진다. 달러 강세라는 건 인플레 회피 수단이자 안전자산인 금을 보유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쪽으로 자금이 몰린 것도 금값 하락의 원인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07%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조한 물가상승률도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물가가 오르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져야 실물자산인 금값이 오르는데, 현재 미국 물가상승률은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인도·중국이 하락세 부추겨
올해 금값 하락세의 원인은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금 소비가 줄어든 탓도 크다. 은은 산업적 수요가 많지만 금은 산업용 수요가 12%에 불과하다. 주로 투자 목적의 안전자산이나 사치재다. 대만, 홍콩,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는 세계 금 수요의 56%를 차지한다.
인도 정부는 올 들어 금 소비에 제동을 걸었다. 경상수지 적자 폭이 늘고 루피화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1월과 2월, 6월, 8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수입 관세를 올렸다. 올초 2%였던 금 수입관세는 현재 10%에 달한다. 인도는 국제 금 소비의 26%를 차지하는 ‘큰손’이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3월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영향도 있다. 인도에 이어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중국은 최근 들어 보석, 양주, 명품 등 고가 사치품 소비 규제를 강화했다. 시진핑 정부가 공직기강 확립을 외친 4월에는 금값이 보름 만에 13.7% 빠졌다.
○향후 전망 엇갈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 한 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800t 이상의 금이 빠져나갔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와 대니얼 러브 서드포인트 회장은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헤지펀드계 거물이자 3년 넘게 금 투자 예찬론을 펴온 존 폴슨 역시 “인플레이션이 언제 올지 몰라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값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200달러가 무너지면서 금 매도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NBC는 금값이 앞으로 1180~1200달러 사이를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스턴경영대 교수는 “금값이 1000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금값이 다소 오를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제임스 스틸 HSBC애널리스트는 “1200달러가 붕괴된 건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 소매 판매가 증가하면 금값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1000弗 밑으로" vs "2014년 반등" 전망 엇갈려
[ 김보라 기자 ]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온 국제 금 가격(현물, 런던시장 기준)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소식에 심리적 저항선이던 1200달러마저 붕괴됐다. 금값은 1트로이온스(약 31.1035g)당 올 1월2일 1693.8달러에서, 4월16일 1380달러, 6월28일에는 1192달러까지 떨어졌다. 양적완화 축소가 발표되자 장중 1187.40달러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올 들어 28.65% 하락했다. 연간 낙폭 기준으로 33년 만에 최대다.
○달러 상승에 금값 직격탄
금값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달러의 대체재이자 안전 자산으로 인기를 누리며 금빛 랠리를 이어왔다. 2008년 12월에서 2011년 6월까지 미국 중앙은행(Fed)이 2조달러의 자산을 매입하면서 금값은 이 기간 70% 상승했다. 2011년 9월 초에는 19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린 건 Fed가 테이퍼링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올초부터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Fed의 채권 매입이 줄어든다. 그만큼 시장에 풀리는 달러가 줄고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아진다. 달러가 오르면 금은 투자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금값이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만약 100달러어치 금을 보유하고 있을 때 달러가치가 10% 하락하면 자산가치가 110달러가 되고, 10% 상승하면 90달러로 떨어진다. 달러 강세라는 건 인플레 회피 수단이자 안전자산인 금을 보유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쪽으로 자금이 몰린 것도 금값 하락의 원인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07%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조한 물가상승률도 금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물가가 오르면서 화폐가치가 떨어져야 실물자산인 금값이 오르는데, 현재 미국 물가상승률은 Fed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다.
○인도·중국이 하락세 부추겨
올해 금값 하락세의 원인은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의 금 소비가 줄어든 탓도 크다. 은은 산업적 수요가 많지만 금은 산업용 수요가 12%에 불과하다. 주로 투자 목적의 안전자산이나 사치재다. 대만, 홍콩,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는 세계 금 수요의 56%를 차지한다.
인도 정부는 올 들어 금 소비에 제동을 걸었다. 경상수지 적자 폭이 늘고 루피화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1월과 2월, 6월, 8월 등 네 차례에 걸쳐 수입 관세를 올렸다. 올초 2%였던 금 수입관세는 현재 10%에 달한다. 인도는 국제 금 소비의 26%를 차지하는 ‘큰손’이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왔다.
3월 출범한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영향도 있다. 인도에 이어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중국은 최근 들어 보석, 양주, 명품 등 고가 사치품 소비 규제를 강화했다. 시진핑 정부가 공직기강 확립을 외친 4월에는 금값이 보름 만에 13.7% 빠졌다.
○향후 전망 엇갈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올 한 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800t 이상의 금이 빠져나갔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와 대니얼 러브 서드포인트 회장은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골드트러스트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헤지펀드계 거물이자 3년 넘게 금 투자 예찬론을 펴온 존 폴슨 역시 “인플레이션이 언제 올지 몰라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금값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200달러가 무너지면서 금 매도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NBC는 금값이 앞으로 1180~1200달러 사이를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스턴경영대 교수는 “금값이 1000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금값이 다소 오를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제임스 스틸 HSBC애널리스트는 “1200달러가 붕괴된 건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인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며 “중국과 인도 소매 판매가 증가하면 금값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