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좌불안석 대학생…스트레스 해소법 "나도 몰라"

입력 2013-12-22 10:49  


지난 21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역. 추운 날씨임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둔 강남역 부근은 연인 혹은 친구끼리 삼삼오오 몰려 다니는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약속장소 명당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는 줄잡아 20~30명은 되보이는 사람들이 지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옮겨 찾은 부근의 유명 어학원은 밖의 모습과는 상반된 풍경이었다. 밖과 마찬가지로 붐비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학원 안의 분위기는 진지했다. 1층 입구부터 마련된 간이 테이블에는 상담을 받으러 온 대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친구들과 동행하기 보다는 나홀로 찾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강의를 듣고 나서던 이 모씨(27)는 "오는 29일 토익이 올해 마지막 토익이라 학기 중에도 학원을 다녔다"며 "기말고사랑 과제를 같이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지친 표정을 지었다.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냐는 질문에 "학원 문턱만 나서면 캐롤이 나오는데, 왠지 나만 빼고 행복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됐는데도 대학생의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방학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라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자신만의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진 학생은 드물었다. 이러한 현상은 숫자로도 증명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3'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꼈다는 스트레스 인지율은 대학생 이상이 69.2%였다. 10명 중 7명 가량이 스트레스를 받고 실제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2008년 46.1%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수준이다.

학원가 주변의 카페와 식당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빽빽히 차 있었다. 연말을 맞아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무리도 있엇지만, 노트북과 책을 펼쳐놓고 있는 학생들도 제법 많았다. 주로 서너명이 함께 스터디를 하고 있었고 혼자서 공부에 열중인 학생도 많았다. 학원에서 가져온 팸플릿을 꼼꼼히 비교해 보는 학생도 있었다.

이날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정규학기를 마친 K대 조모씨(26)는 이번 기말고사 기간의 스트레스가 최고였다고 하소연했다. 조 씨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에 취업 준비와 시험까지 겹쳐 (정신적으로)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취업이 될 때 까지는 스트레스 해소가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 씨를 포함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개인적인 취미나 여가활동을 가진 대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취미를 따로 갖기에는 시간이나 체력, 금전적이 문제가 많다는 설명이 많았다. 강남 카페에서 만난 한 학생은 "시간이 나면 주로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며 "사람을 만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낼 때면 그나마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고 전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 해소에 나선 학생들도 있었다. 군 제대후 복학한 이주영(24·가톨릭대)씨는 "동아리나 대외활동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요즘은 친구들과 한국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고등학생 멘토링 캠프를 기획하고 있는데 재밌고 즐겁다"고 말했다.

최장옥 씨(25·한성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것이 더 스트레스"라며 "봉사활동 같은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스펙을 위한 대외활동 보다 본인이 즐거워서 시작한 활동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지나고 보면 스펙이 돼있더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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