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명환 노조위원장 등이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빠져나갔거나 건물에 아직 은신해 있을 수도 있어 여러 상황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또 "22일 오전 9시40분 체포영장을 제시할 때 김 위원장 등이 있을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확신했지만 건물 구조가 복잡해 체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 작전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건물이 원래 방송사 건물로 쓰여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에서 이들이 경찰의 수색을 피해 아직 건물 내부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진입 당시 경찰은 일부 사무실의 천장까지 뜯어봤지만 끝내 이들을 찾지는 못했다.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미디어스>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벽에 빠져나갔다고 하는데, 확인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기들 말로는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됐다"며 "민주노총 사무실만 했지 신문사(경향신문) 쪽은 못했다. 이게 신문사 건물이다 보니까 복잡한데 신문사 쪽은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경향신문 건물 내 은신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근거에는 진입 전 수집한 여러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노조 지도부가 민노총 사무실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민노총 사무실에 머물며 그곳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이틀 전인 20일에도 민노총 사무실 내부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또 휴대전화 등 통신수사를 통해 위치 추적을 해 봐도 이들이 그곳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경찰이 건물 주위를 둘러싸고 철저히 검문검색을 했기 때문에 지도부가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김재길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이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명환 노조위원장 포함 모든 지도부는 안전하게 피신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김 위원장은 피신한 상태지만 활동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김 위원장을 돕는 역할을 자원하는 간부들이 많아 실무적인 집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노조 탄압이 아니라 합리적 대화를 통한 철도 문제 해결"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로 파업을 멈출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28일 총파업의 날 대규모 조합원과 국민이 모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라며 "조합원의 분노를 모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산별연대 대표 총 12명이 참석해 공권력 강제 진입을 규탄하고 철도파업에 대한 연대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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