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연 기자 ] 원치 않는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치료법이 개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기충격을 통해 사람의 뇌에서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정신적 트라우마나 정신질환, 약물중독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네이처 신경과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환자들에게 근육이완과 마취를 한 뒤 전류를 환자의 뇌에 보내 짧은 충격을 주는 전기치료를 실시한 결과 나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네덜란드 네이메헌 라드바우드대의 마르인 크루스 신경학자는 “모든 참가자에게서 전기치료가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39명의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이들에게 두 가지의 끔찍한 이야기를 보도록 했다. 하나는 어린이가 자동차에 치여 다리 절단수술을 하는 것이고, 하나는 자매 중 한 명이 납치돼 성추행당하는 내용이었다.
1주일 후 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두 이야기 중 하나만 구체적으로 회상하도록 했다. A그룹은 전기치료 후 하루가 지난 뒤 두 이야기에 대한 객관식 테스트를 받았다. 그 결과 이야기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B그룹은 전기치료를 받은 직후 테스트를 진행했고 두 가지 모두 정확히 기억했다. 전기치료를 받지 않은 C그룹은 두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오히려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기치료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억의 재활성화와 재통합을 방지해 기억을 없애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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