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사상최대 실적, 자만하지 않고 세계최고 반도체 회사 목표 이룰 것"

입력 2013-12-27 06:58  

Cover Story - SK하이닉스

인터뷰 -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투자는 수익성 확보 원칙따라 전략·시황 맞춰 탄력 운용할 것
SSD 등 다양한 기회 창출…3D 낸드플래시 제품 내년 출시



[ 윤정현 기자 ]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박성욱 사장(사진)이 회사를 맡은 뒤 SK하이닉스는 올해 매 분기 평균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박 사장은 26일 “실적이 최대라고 해서 우리 회사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며 당장의 경영 실적이나 위상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2월부터 SK하이닉스의 대표이사를 맡은 박 사장은 작년 초 SK의 ‘날개’를 단 하이닉스의 비상을 이끌고 있다. 재정이 탄탄한 SK로 편입된 작년 SK하이닉스는 3조8500억원을 투자에 쏟아부었다. 내년부터는 2년간 1조8000억여원을 투자해 경기 이천에 복층으로 된 D램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공장에 내년부터 8년간 15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은 “양적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팹의 노후화에 따라 대체하는 것”이라며 “투자는 수익성 확보를 원칙으로, 전략과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울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재료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현대전자 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해 하이닉스반도체 미국생산법인, 연구소장, 연구개발총괄을 거친 연구개발(R&D) 전문가다.

▷사장 취임 첫해인 올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9월 발생한 중국 우시 공장의 화재는 지난 30년의 SK하이닉스 역사를 통틀어 봐도 잊지 못할 만큼 힘든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예상보다 신속한 복구가 이뤄져 지난달 두 달여 만에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경영 성과도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을 만큼 컸습니다. 창사 30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4조를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2분기 연속 1조원을 달성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입니까.

“그간 어려운 시장환경 및 경영 여건 속에서 임직원들이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제조원가와 기술경쟁력을 유지해 온 덕분입니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적시에 출시하면서 좋은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취임 초 “세계 최고 수준의 질적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겠다”던 포부는 잘 이행되고 있습니까.

“올해 급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D램 분야에서 6Gb와 8Gb 등 고용량 제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업계 최소 수준인 16나노 제품을 본격 생산하고 있습니다. 원가경쟁력을 강화한 2세대 제품도 최근 양산을 시작하며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예전엔 시장 수급에 따라 쫓아가는 ‘추격자’였다면 지금은 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고 만들어가는 ‘선도자’ 체질로 상당부분 변했습니다.”

▷취임 후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입니까.

“현재의 실적이나 위상에 자만하지 않고 위기 의식을 갖고 꾸준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강조한 것은 주인의식입니다. 회사의 발전과 자기의 발전을 동일시하면 단순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완결성을 추구하며 일하게 됩니다.”

▷우시공장 화재 복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지난달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화재 이전 수준으로 복구를 완료했습니다. 내년 1월 중에는 완전한 생산량 회복이 가능할 것입니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조직 개편을 통해 환경안전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관련 조직의 위상을 격상시켜 기능을 확대했습니다. 설비와 제조 분야에 폭넓은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부사장급 임원을 보임해 대응력도 더 높였습니다. 사업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메모리업계 재편으로 시장이 공급자 우선으로 바뀌면서 앞으로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D램 시장은 10여개 업체가 무분별한 공급 확대나 시장점유율 경쟁을 하던 과거와 달리 3개의 주요 업체 위주로 재편됐습니다. 반면 수요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기반한 안정적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SK가 인수한 이후 하이닉스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과거에는 현상 유지와 생존에 급급했다면, SK로의 편입 이후엔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오랜 기간 소송을 해온 램버스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으로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삼성전자와 반도체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이 밖에도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거나 채워가는 데 있어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전과 달라진 점입니다.”

▷거래업체들과의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습니까.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습니다. 고객이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올해 만난 세계 주요 고객들이 우리 회사를 단순한 부품공급 업체가 아닌 전략적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불황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내년에도 이런 투자 기조를 이어갈 계획입니까.

“회사의 경영계획이 확정되기 전이라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년에도 시장 상황과 회사의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자를 집행할 것입니다.”

▷내년 반도체 업계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최근 IT 업계에서 모바일 분야 성장의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큰 기회가 창출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를 이끌 것으로 봅니다. 기술적으로 미세화의 속도가 과거보다 늦어져 과거와 같은 공급량 증가는 사실상 어려워 무분별한 공급 경쟁도 없을 것입니다.”

▷3D 낸드 플래시 양산 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3D 낸드플래시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말부터 가능하지만, 시장성 등 변수를 고려해 내년이나 2015년으로 조율 중입니다.”

▷P램, Re램, STT-M램 등 차세대 반도체 개발 상황과 양산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까.

“제품별로 각 분야에서 훌륭한 파트너와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 중입니다. PC램은 IBM과, Re램은 HP와, STT-M램은 도시바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공동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업계에선 차세대 메모리 상용화가 201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해나갈 계획입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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