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승강기회사 쉰들러가 현대그룹의 긴급자금 투입책에 찬 물을 뿌렸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현대그룹이 올 들어 세 번째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계획을 마련했지만 알프레드 쉰들러 회장이 제동을 걸었다. 12월18일 쉰들러 회장은 언론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뜻을 밝혔다. 유상증자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이란 이유에서다.
쉰들러 회장은 현대그룹에 이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다.
지난달 27일 21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던 현대엘리베이터로선 난감한 상황이 됐다. 내년 3, 5월에 회사채 만기가 도래해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쉰들러 회장이 소송을 걸 경우 유동성 확보 시기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은 쉰들러 회장을 향해 “기업의 돈줄을 죈 뒤 승강기 사업을 인수하려는 속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친구에서 적으로 돌아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쉰들러 회장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라운드 결과는 어디로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쉰들러 회장은 결국 유상증자를 막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쉰들러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쉰들러 회장이 유상증자를 막지 못했을 경우 참여할 것인지, 불참할 것인지로 모아진다.
쉰들러 회장은 지난 6월 두 번째 유상증자에 불참해 지분율이 35%에서 30.89%로 떨어졌다. 최근 1년 만에 다시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30.93%로 높였다. 이번 유상증자에 쉰들러 회장이 불참할 경우 지분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쉰들러 회장이 30%를 넘는 지분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이유는 승강기 사업부를 자신이 아닌 다른 상대방에게 매각할 수 없도록 '알박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에 목마른 쉰들러 회장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경영평가업체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는 “경영권 분쟁 싸움이 고조되고 있어 쉰들러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룹 ‘고강도’ 타개책, 시장에 먹힐까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 회장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2008년 해운업계 불황기부터다. 현대상선 주식을 담보로 맺은 파생상품 계약의 손실이 불어났기 때문.
파생상품은 현대상선 주가가 하락하면 그 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모두 떠안는 구조였다. 해운업계 침체와 더불어 현대상선 주가가 가라앉자 현대엘리베이터는 부담이 됐고 쉰들러 회장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것.
최근 현대그룹이 발표한 고강도 자구계획은 ‘금융을 버리고 상선과 엘리베이터에 집중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발표 첫날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상한가로 출발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주가는 각각 14.79%, 14.85%씩 상승했다. 현재 상승세가 약해지긴 했지만 증권가에선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현재 주가는 4만7900원.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사업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하고 금융 쪽을 완전히 손을 떼는 의지를 보여줘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며 "해운업 실적 개선 전망과 함께 주가도 긍정적으로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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