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연내 지원 사실상 물건너 가

입력 2013-12-27 21:45   수정 2013-12-28 03:55

채권단 '데드라인' 넘겨 … 협력사 1400곳, 공사대금 600억 못받아 부도 위기

"금융당국 중재해 달라" 호소



[ 김동현 / 장창민 기자 ]
쌍용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연내 추가 지원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14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줄도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쌍용건설이 이달 말까지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으로 지급해야 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B2B대출)’을 갚지 못하면 협력업체들이 이를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채권단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원 연기…협력업체 ‘줄도산 공포’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연내 지원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결정한 이날 출자전환 등 추가 지원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채권단에 포함된 금융사들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은 추가 지원 관련 서면결의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공문을 각 금융사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군인공제회가 공사현장 7곳의 공사대금계좌를 가압류한 데 이어 채권단까지 지원을 연기하면서 쌍용건설은 유동성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

쌍용건설의 경우 연내 자금지원이 안돼도 바로 상장 폐지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한국거래소가 사업보고서를 보고 상장폐지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은 내년 3월 말까지다. 쌍용건설이 이때까지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낮추지 못하면 상장은 폐지된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쌍용건설이나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하게 된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이달 31일이 만기인 600억원 규모의 하청업체 공사대금 처리다. 협력업체들은 쌍용건설에서 받을 공사대금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먼저 돈을 빌려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쌍용건설이 제때 돈을 갚아주지 못하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다.

쌍용건설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보통 은행들이 10일 정도 갚을 말미를 주긴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중순 이후 무렵까지 원금과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면 신용불량 리스트에 올라 모든 금융거래가 정지돼 줄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협력업체, 금융당국에 중재 요청

부도 위기에 몰린 협력업체들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채권단 중재에 나서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무산된 27일 20여개 협력업체 대표들은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채권단 간 의견 조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무산돼 협력업체가 도산하면 건설업계의 후유증이 엄청난 만큼 당국의 중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채권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입장이 달라 당국도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달 초까지 추가 지원 결정이 안되면 쌍용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현/장창민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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