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가 수십년간 유지해온 ‘1가구1주택 정책’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무주택자가 전체 가구의 절반에 달하는 만큼 1가구1주택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히 강하다.
1가구1주택 정책이 태동된 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양도소득세의 전신인 ‘부동산 투기억제세’가 도입된 게 1968년이다. 이후 1가구1주택자에게 양도세가 면제되는 정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1970년대 중반 이후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투기 바람이 불면서 1978년 8월 ‘국민주택우선공급규칙’(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이후 국민주택기금이 조성되고 청약제도가 구체화되면서 1가구1주택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이 집행됐다.
1가구1주택을 지속해야 한다는 유지론자들은 주택 매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투기광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공공임대주택 등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거인프라 확대와 1주택자 중심의 금융·세제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1가구1주택 변경론자들은 주택 수급 상황이 달라진 데다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2008년 이전에는 주택 구매 수요가 많았지만 이후 매매가격이 빠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됐다. 게다가 과거처럼 소유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이용 만족도를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 최근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다주택자들을 건전한 임대사업자로 육성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맞짱 토론에서는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명래 단국대 교수와 민간정보업체 부동산114 대표를 역임한 이상영 명지대 교수로부터 각각 찬성과 반대 논리를 들어봤다.
찬성 - 다주택 규제 '빗장' 풀면 자산·주거 불평등 심화
최근 들어 일부 부동산 전문가가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규제 대못’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내친김에 주택보급률이 103%를 넘어선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시장 진입 제한은 시대착오적인 만큼 1가구1주택 정책의 전면 수정마저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에 화답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잘못된 시장 인식과 시장 기득권주의라는 측면에서 편향과 왜곡이 심각하다.
첫째, 다주택자 주택 보유 규제가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고 이를 폐지하는 것을 시장 정상화의 전제로 삼는 것은 허구적이면서 과장된 것이다. 이는 1가구1주택 정책 폐기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매매가격은 수도권에서 0.07% 떨어졌지만 지방광역시에서는 1.65% 올랐다. 전국 거래량도 전년 동기에 비해 32% 늘었다. 지금의 시장 상황은 고도성장기 이후란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정상적이다.
설혹 상대적 침체를 인정한다 해도 다주택 보유 규제가 침체의 원인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지난 5년간 유예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된 10건 중 2건이 매매이고 8건이 임대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 규제 철폐로 거래구조가 바뀌어 거래 활황이 되살아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미분양 쌓이는 원인은 공급자 중심 시장의 실패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1가구1주택 정책이 불필요할 정도로 공급자 횡포, 투기적 거래, 소유 집중, 가격 앙등을 유발하는 퇴행적 시장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둘째, 다주택 보유 규제 철폐가 미분양과 전ㆍ월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시장 기득권자의 이기적 논리일 뿐, 1가구1주택 정책 폐기의 논리는 아니다. 우선 6만4000가구의 미분양 적체는 공급자 중심 시장실패의 한 현상으로 시장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철폐를 요구하면서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비시장적이다. ‘1가구1주택’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책 수단의 개념이 아니라 정책 원칙에 대한 개념이다. 한편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추가로 매입한다고 해도 ‘안전한 전·월세주택’으로 방출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유인책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다주택자들은 집값 하락을 벌충하거나 부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전ㆍ월세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려 할 것이다. 또 임대인(집주인) 중심 임대차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임대료를 올리기 위해 임차인(세입자)을 계속 바꾸고 싶어 한다. 다주택자에 의한 전·월세 주택의 신규 공급이 실제 얼마만큼 이뤄질지는 더욱 의문이다.
셋째, 다주택 보유 규제 철폐는 한국 특유의 부동산시장 구조 속에서 주택 배분을 더욱 왜곡시켜 주거 약자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 주택정책 당국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 주택 배분에 대해서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243만2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된 결과 주택 보급률은 61%에서 97%로 36%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자가 보유율은 37%에서 41%로 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주택을 공급해 줘도 고가 등의 이유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집을 계속 샀다는 뜻이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의 총주택 1885만가구 중 절반가량(48.6%)이 다주택자의 주택(약 900만가구)이다. 다주택자는 총 153만가구에 달해 가구당 5.9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소유 측면에서 주택의 배분은 극도로 왜곡돼 있다. ‘1가구1주택 정책’을 펴왔음에도 이 정도인데 이를 폐기한다면 주택 소유의 편중이 악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자본이익을 노린 주택의 소유 집중은 독과점 효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높은 가격에 주택을 계속 매집하면 저소득 무주택자들이 저렴한 주택을 매입할 기회는 갈수록 희박해진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자가 보유율이 가장 낮고 공공 임대주택이 가장 적으며, 민간 임대주택의 사회적 관리가 방치된 나라다.
주택보급률 크게 높아져도 자가 보유율은 '제자리걸음'
넷째, 주택의 소유 집중은 자산 혹은 주거 불평등을 심화해 결국에는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불러온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심한 국가군에 속하고 자산 혹은 주거 불평등은 중간 수준에 속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은 미국과 같이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이 매우 높은 유형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자산 및 주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가령 소득 지니계수(소득 집중도를 표시한 지표)는 2000년 0.39에서 2010년 0.46(0.4를 넘으면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소폭 높아진 반면 부동산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62에서 0.70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부동산 지니계수가 소득 지니계수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은 소득이 낮아질수록 주거 수준이 더 급속히 열악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다주택 보유에 대한 ‘규제 빗장’이 풀리면 이미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산 및 주거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곧 ‘자산 기반 민주주의’ 혹은 ‘주거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로막아 한국 사회의 선진화마저 어둡게 한다.
조명래 <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반대 - 징벌적 과세 '걸림돌' 제거…민간 주택임대시장 활성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국내 부동산 산업의 발전과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2008년 이전 한국은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이 오랫동안 초과수요 상태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산업도 개발과 분양사업 위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가구1주택 정책도 주택시장에 대한 기본정책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경제 성장 움직임이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바뀌면서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주택 소유율이 60%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접근했다. 인구 구조면에서는 저출산·노령화가 본격화해 주택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용 101㎡(39평) 이상 중대형 주택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부동산 가격도 정체되거나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이 신도시나 뉴타운 개발 방식으로 신규 주택을 대량 공급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부동산 건설’의 시대가 끝나고 ‘부동산 자산관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주택시장 장기침체기 진입…美·日은 임대주택에 稅혜택
이런 변화의 흐름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버블경제 붕괴위기를 겪은 일본이나 20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겪은 미국 모두 주택 건설 정책보다는 관리 위주의 정책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개인의 상속증여세를 감면해주고, 미국은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공급자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1가구1주택 정책 아래에서 다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 다주택자일 경우 각종 조세 부담이 커지고 분양 등에도 불이익을 받는다. 그 결과 임대주택 공급이나 세컨드 하우스(소득 증가와 사회변화에 따른 주말주택과 임대수익용 주택 등을 아우르는 주거유형) 취득, 주택 교체나 분할 등의 필요성이 있을 때도 이를 실현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이처럼 1가구1주택 정책은 주택시장의 수요층을 제한하고, 다양한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저성장시대에 주택 수요 부족으로 생긴 문제점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양한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도록 1가구1주택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기존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임대주택 공급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동산 구조조정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 전세 임대인은 대부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임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침체 국면이 계속된다면 전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전세 임대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임대주택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임대인이 비제도권에 잔류하면서 임대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제도권에 들어와서 임대인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정부가 임대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임대주택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임대사업자 등록·과세·지원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과도한 부동산, 구조조정 '돌파구' 열어줘야
두 번째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베이비부머 세대가 구입한 대형 주택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부동산 자산 소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1가구1주택 중심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의 부동산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이들의 주택을 조기에 매각하게 하거나, 아니면 이를 자가용과 수익용으로 분할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재개발·재건축 때 2주택으로 분할을 허용한 최근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은 바람직한 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도시지역에서 농촌지역으로 귀농·귀촌을 하거나 농촌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며 생기는 2주택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안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직적인 가격제한이나 청약자격제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는 공공주택을 제외하고 폐지하고, 반대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축 및 유지관리 제도 등을 보완해야 한다. 청약제도에 유주택자의 참여 폭을 넓혀주고,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법인도 참여할 수 있게 해서 분양주택을 임대용 주택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둘째,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택 다운사이징(규모 줄이기)이나 분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리모델링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이 돼야하는데 대형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구분형 리모델링의 가구 수 제한을 완화하고,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소유권 분할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일반세율로 환원하고 나아가 임대사업자 신고를 간편하게 만들면서 임대소득에 대한 조세 및 각종 사회보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임대소득도 금융소득처럼 원천 분리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임대관리를 위탁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임대시장의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이상영 <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 읽을 만한 자료
△부동산은 끝났다(오월의 봄, 김수현, 2011)
△국제비교 관점에서 본 한국 주택불평등(2011년 한국공간환경학회 논문, 신진욱, 2013)
△거래 활성화 대책의 허와 실(네이버 부동산 전문가 컬럼, 조명래, 2013)
△지속가능한 민간임대 주택시장에 대한 대안적 검토, 동향과전망 86호, 이상영, 2012
△민간주택 임대시장을 활용한 공공임대 활성화 방안, 부동산포커스 2월호, 이상영, 2013
△사회경제 여건의 변화와 주택정책의 방향, 부동산포커스 7월호, 이상영, 2013
△주택산업의 미래비전, 미래주택산업비전과 유망사업 전망 발표자료, 이현석,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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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1주택 정책이 태동된 건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양도소득세의 전신인 ‘부동산 투기억제세’가 도입된 게 1968년이다. 이후 1가구1주택자에게 양도세가 면제되는 정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또 1970년대 중반 이후 서울 강남 등을 중심으로 투기 바람이 불면서 1978년 8월 ‘국민주택우선공급규칙’(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만들어졌다. 이후 국민주택기금이 조성되고 청약제도가 구체화되면서 1가구1주택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이 집행됐다.
1가구1주택을 지속해야 한다는 유지론자들은 주택 매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투기광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공공임대주택 등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거인프라 확대와 1주택자 중심의 금융·세제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1가구1주택 변경론자들은 주택 수급 상황이 달라진 데다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2008년 이전에는 주택 구매 수요가 많았지만 이후 매매가격이 빠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누적됐다. 게다가 과거처럼 소유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이용 만족도를 중시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는 것. 최근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다주택자들을 건전한 임대사업자로 육성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맞짱 토론에서는 서울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명래 단국대 교수와 민간정보업체 부동산114 대표를 역임한 이상영 명지대 교수로부터 각각 찬성과 반대 논리를 들어봤다.
찬성 - 다주택 규제 '빗장' 풀면 자산·주거 불평등 심화
최근 들어 일부 부동산 전문가가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규제 대못’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내친김에 주택보급률이 103%를 넘어선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주택 거래시장 진입 제한은 시대착오적인 만큼 1가구1주택 정책의 전면 수정마저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에 화답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잘못된 시장 인식과 시장 기득권주의라는 측면에서 편향과 왜곡이 심각하다.
첫째, 다주택자 주택 보유 규제가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고 이를 폐지하는 것을 시장 정상화의 전제로 삼는 것은 허구적이면서 과장된 것이다. 이는 1가구1주택 정책 폐기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매매가격은 수도권에서 0.07% 떨어졌지만 지방광역시에서는 1.65% 올랐다. 전국 거래량도 전년 동기에 비해 32% 늘었다. 지금의 시장 상황은 고도성장기 이후란 점을 감안할 때 지극히 정상적이다.
설혹 상대적 침체를 인정한다 해도 다주택 보유 규제가 침체의 원인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지난 5년간 유예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된 10건 중 2건이 매매이고 8건이 임대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 규제 철폐로 거래구조가 바뀌어 거래 활황이 되살아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미분양 쌓이는 원인은 공급자 중심 시장의 실패
무엇보다 한국 사회는 1가구1주택 정책이 불필요할 정도로 공급자 횡포, 투기적 거래, 소유 집중, 가격 앙등을 유발하는 퇴행적 시장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둘째, 다주택 보유 규제 철폐가 미분양과 전ㆍ월세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시장 기득권자의 이기적 논리일 뿐, 1가구1주택 정책 폐기의 논리는 아니다. 우선 6만4000가구의 미분양 적체는 공급자 중심 시장실패의 한 현상으로 시장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 철폐를 요구하면서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비시장적이다. ‘1가구1주택’은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책 수단의 개념이 아니라 정책 원칙에 대한 개념이다. 한편 여유 있는 사람들이 주택을 추가로 매입한다고 해도 ‘안전한 전·월세주택’으로 방출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유인책이 전혀 없는 현실에서 다주택자들은 집값 하락을 벌충하거나 부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전ㆍ월세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려 할 것이다. 또 임대인(집주인) 중심 임대차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임대료를 올리기 위해 임차인(세입자)을 계속 바꾸고 싶어 한다. 다주택자에 의한 전·월세 주택의 신규 공급이 실제 얼마만큼 이뤄질지는 더욱 의문이다.
셋째, 다주택 보유 규제 철폐는 한국 특유의 부동산시장 구조 속에서 주택 배분을 더욱 왜곡시켜 주거 약자들의 삶을 힘들게 한다. 주택정책 당국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 주택 배분에 대해서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서울의 경우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243만2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된 결과 주택 보급률은 61%에서 97%로 36%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자가 보유율은 37%에서 41%로 4%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주택을 공급해 줘도 고가 등의 이유로 여유 있는 사람들만 집을 계속 샀다는 뜻이다. 2012년 말 현재 전국의 총주택 1885만가구 중 절반가량(48.6%)이 다주택자의 주택(약 900만가구)이다. 다주택자는 총 153만가구에 달해 가구당 5.9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소유 측면에서 주택의 배분은 극도로 왜곡돼 있다. ‘1가구1주택 정책’을 펴왔음에도 이 정도인데 이를 폐기한다면 주택 소유의 편중이 악화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자본이익을 노린 주택의 소유 집중은 독과점 효과로 인해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을 동반한다. 여유 있는 사람들이 높은 가격에 주택을 계속 매집하면 저소득 무주택자들이 저렴한 주택을 매입할 기회는 갈수록 희박해진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자가 보유율이 가장 낮고 공공 임대주택이 가장 적으며, 민간 임대주택의 사회적 관리가 방치된 나라다.
주택보급률 크게 높아져도 자가 보유율은 '제자리걸음'
넷째, 주택의 소유 집중은 자산 혹은 주거 불평등을 심화해 결국에는 극심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불러온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심한 국가군에 속하고 자산 혹은 주거 불평등은 중간 수준에 속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한국은 미국과 같이 소득 불평등과 자산 불평등이 매우 높은 유형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자산 및 주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가령 소득 지니계수(소득 집중도를 표시한 지표)는 2000년 0.39에서 2010년 0.46(0.4를 넘으면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소폭 높아진 반면 부동산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62에서 0.70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부동산 지니계수가 소득 지니계수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은 소득이 낮아질수록 주거 수준이 더 급속히 열악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다주택 보유에 대한 ‘규제 빗장’이 풀리면 이미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산 및 주거 불평등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는 곧 ‘자산 기반 민주주의’ 혹은 ‘주거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로막아 한국 사회의 선진화마저 어둡게 한다.
조명래 <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반대 - 징벌적 과세 '걸림돌' 제거…민간 주택임대시장 활성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시장 침체는 국내 부동산 산업의 발전과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2008년 이전 한국은 고성장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이 오랫동안 초과수요 상태였다. 이에 따라 부동산 산업도 개발과 분양사업 위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가구1주택 정책도 주택시장에 대한 기본정책으로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경제 성장 움직임이 고성장에서 저성장으로 바뀌면서 부동산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주택 소유율이 60%를 넘어 선진국 수준에 접근했다. 인구 구조면에서는 저출산·노령화가 본격화해 주택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용 101㎡(39평) 이상 중대형 주택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부동산 가격도 정체되거나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이 신도시나 뉴타운 개발 방식으로 신규 주택을 대량 공급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부동산 건설’의 시대가 끝나고 ‘부동산 자산관리’의 시대가 온 것이다.
주택시장 장기침체기 진입…美·日은 임대주택에 稅혜택
이런 변화의 흐름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버블경제 붕괴위기를 겪은 일본이나 20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를 겪은 미국 모두 주택 건설 정책보다는 관리 위주의 정책을 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경우 개인의 상속증여세를 감면해주고, 미국은 저소득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공급자에게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1가구1주택 정책 아래에서 다주택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 다주택자일 경우 각종 조세 부담이 커지고 분양 등에도 불이익을 받는다. 그 결과 임대주택 공급이나 세컨드 하우스(소득 증가와 사회변화에 따른 주말주택과 임대수익용 주택 등을 아우르는 주거유형) 취득, 주택 교체나 분할 등의 필요성이 있을 때도 이를 실현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이처럼 1가구1주택 정책은 주택시장의 수요층을 제한하고, 다양한 주택 공급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저성장시대에 주택 수요 부족으로 생긴 문제점이 심각한 상황에서 다양한 주택 공급을 할 수 있도록 1가구1주택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기존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임대주택 공급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동산 구조조정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 전세 임대인은 대부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임대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침체 국면이 계속된다면 전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전세 임대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임대주택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비율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의 임대인이 비제도권에 잔류하면서 임대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제도권에 들어와서 임대인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정부가 임대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임대주택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폐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임대사업자 등록·과세·지원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과도한 부동산, 구조조정 '돌파구' 열어줘야
두 번째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베이비부머 세대가 구입한 대형 주택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부동산 자산 소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1가구1주택 중심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베이비부머들의 부동산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이들의 주택을 조기에 매각하게 하거나, 아니면 이를 자가용과 수익용으로 분할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재개발·재건축 때 2주택으로 분할을 허용한 최근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은 바람직한 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도시지역에서 농촌지역으로 귀농·귀촌을 하거나 농촌지역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며 생기는 2주택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안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직적인 가격제한이나 청약자격제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유연하게 바꾸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는 공공주택을 제외하고 폐지하고, 반대로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은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축 및 유지관리 제도 등을 보완해야 한다. 청약제도에 유주택자의 참여 폭을 넓혀주고,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이나 법인도 참여할 수 있게 해서 분양주택을 임대용 주택으로 활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둘째, 베이비부머 세대의 주택 다운사이징(규모 줄이기)이나 분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리모델링 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늘어나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이 돼야하는데 대형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대구분형 리모델링의 가구 수 제한을 완화하고,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소유권 분할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일반세율로 환원하고 나아가 임대사업자 신고를 간편하게 만들면서 임대소득에 대한 조세 및 각종 사회보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임대소득도 금융소득처럼 원천 분리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직접 관리하기보다는 임대관리를 위탁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임대시장의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
이상영 <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 읽을 만한 자료
△부동산은 끝났다(오월의 봄, 김수현, 2011)
△국제비교 관점에서 본 한국 주택불평등(2011년 한국공간환경학회 논문, 신진욱, 2013)
△거래 활성화 대책의 허와 실(네이버 부동산 전문가 컬럼, 조명래, 2013)
△지속가능한 민간임대 주택시장에 대한 대안적 검토, 동향과전망 86호, 이상영, 2012
△민간주택 임대시장을 활용한 공공임대 활성화 방안, 부동산포커스 2월호, 이상영, 2013
△사회경제 여건의 변화와 주택정책의 방향, 부동산포커스 7월호, 이상영, 2013
△주택산업의 미래비전, 미래주택산업비전과 유망사업 전망 발표자료, 이현석,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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