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는 2008년 전후로 은행들이 수출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판매한 통화옵션 상품이다. 환위험 헤지 상품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 있으면 이익을 얻고, 이를 벗어나면 손실이 무한대가 되거나 계약이 무효화되는 일종의 투기상품이었다. 키코 가입 경위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주거래은행 눈치로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간 경우도 있고 잘 모르고 얼떨결에 가입한 기업도 있다. 환투기 욕심을 부리다 엮인 케이스도 없지 않다.
경위가 무엇이든, 분명한 것은 본업이 아닌 곳에 지나치게 한눈을 판 것이 화근이 됐다는 점이다. 태산엘시디가 키코를 비롯, 당시 계약한 통화옵션 상품 규모는 한 해 달러 결제 금액보다 컸다고 한다. 헤지 아닌 투기였다는 얘기다. 물론 키코 피해 기업 중에는 억울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별 사정을 떠나 태산엘시디 케이스는 과도한 리스크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최근 옵션 주문 실수로 400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파산위기에 몰린 한맥투자증권도 비슷하다. 위탁매매라는 본업이 성에 차지 않아 위험한 자기매매에 나섰다가 회사 존립이 위협받게 됐다. 기업들이 새삼 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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