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 갈라먹자는 협동조합들의 난장판이 걱정된다

입력 2013-12-29 21:00   수정 2013-12-30 04:54

정부가 제1차 협동조합 기본계획(2014~2016년)을 내놨다. 2016년 말까지 취업자 5만명을 달성하겠다며 자금조달 등 대대적 지원책을 담았다. 지난 7월 제1회 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에서 “개별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 재정지원은 협동조합의 기초인 자율성을 훼손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간접지원 원칙을 강조했던 현오석 부총리의 말과는 완전히 거꾸로다. 아마 정치판의 압력이 엄청났을 것이다.

정부가 나랏돈이나 타먹자는 세간의 기류를 간파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미 이익집단화된 협동조합들이 재정지원을 공공연히 압박하자 정부도 어찌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각 부처와 자자체 재정사업 지원 대상에 협동조합이 포함됨에 따라 이전투구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대학생·차상위계층 등이 대상인 창업프로그램부터 갈라먹기 싸움판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과 크라우드 펀딩까지 동원해 협동조합의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기로 했다. 이것도 부족해 일반 협동조합을 중소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받도록 하고, 농협 등 개별법상 협동조합에 대한 조세지원을 일반 협동조합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런 기세라면 모든 공적 지원금이 협동조합 차지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앞으로가 큰 일이다. 협동조합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신고수리·인가된 조합수만 3057건이다. 여기에 정부가 재정·세제 지원까지 들고 나왔으니 기름을 부었다. 내년 6월엔 지방선거까지 예정돼 있다. 정치단체들까지 협동조합 간판을 내거는 판이다. 정부가 5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보건사회연구원의 순진한 전망만 믿고 협동조합 설립을 독려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그런 일자리는 지원이 끊기는 순간 바로 사라진다. 자주·자조·자립이 원칙인 협동조합을 정부가 활성화한다는 발상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협동조합에서 발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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