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 요원 많이 늘어…TV 위성안테나도 철거
장성택 처형후 생필품 등 北中교역은 큰 변화 없어
[ 베이징=김태완 기자 ]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동북부의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서 압록강 변을 따라 5~6㎞ 내려가면 철조망 너머로 광활한 논밭과 허름한 민가들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의 곡창지대이자 경제특구인 황금평이다. 공장을 짓기 위한 기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공식 발표와는 달리 지난 28일 오후에 찾은 이곳에는 포클레인 하나 눈에 띄지 않았다. 입구에는 북한군 병사 1명만이 정문을 지키고 있다. 주말이어서 중국 측 경계요원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를 꺼내자 북한군 병사는 재빨리 초소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에게 사진을 안 찍을 테니 나와서 얘기 좀 하자고 말을 건넸으나 그는 “빨리 가시오”란 말만 되풀이했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 이후 북ㆍ중 접경지역의 경계가 강화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북한군 병사들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황금평 곳곳에 설치된 경계초소도 대부분 비어 있었다.
◆단둥 북한사회 초긴장
최근 단둥에는 북한 보위부 요원들이 많이 늘고 북한 주재원들이 수시로 소환되면서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라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장성택 처형 이후 본부에서 주재원들에게 수시로 연락이 와 ‘잠시 들어오라’고 한다”며 “들어간 사람이 모두 다시 나온 것은 아니어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 주재원들은 외부활동을 삼가는 등 극도로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한 현지 교민은 “북한 주재원들이 보위부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한국 식당에도 잘 가지 않고 한국 방송을 보기 위해 설치했던 위성안테나도 다 철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 측은 또 수시로 주재원들을 모아놓고 사상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제품을 사러 오는 북한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북한에서는 한국산 제품 구매가 불법이지만 상표만 지우면 관행적으로 매매를 용인해왔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 이후 분위기가 경직되면서 북한의 한국 제품 수입상들이 자취를 감췄다. 현지에서 생활용품 도매업을 하는 한 상인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이상 판매량이 줄었다”며 “물건을 사러오는 북한 상인들을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북ㆍ중 무역은 별 영향 없어
북ㆍ중 간 무역교류는 여전히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단둥을 찾은 28일은 주말이어서 단둥세관은 물론 그 주변에 있는 북한 무역회사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그러나 현지의 한 무역상은 “단둥세관을 출발해 중조우의교(압록강대교)를 통과하는 트럭들의 행렬은 이전보다 늘었으면 늘었지 줄지 않았다”며 “연초에는 김정은 생일(1월8일), 김정일 생일(2월16일), 김일성 생일(4월15일) 등이 몰려있어 많은 생필품이 북한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세관의 통관절차도 비교적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다. 한 사업가는 “목록에 없는 물품을 수송차량 앞자리 등에 끼워 넣어도 중국 측 세관원들이 봐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신의주를 다녀왔다는 한 조선족 무역상은 “북한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김정일 추도 2주기가 끝난 뒤인 19일부터 북한 무역상들이 단기 출장 형식으로 대거 단둥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사람들에게 장성택 처형 사건을 물으면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우리랑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압록강 철교에서 불과 500m 남짓 떨어진 유경호텔 21층에 있는 단둥주재 북한영사관도 토요일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단둥에서 북한과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한 사업자는 “북ㆍ중 무역은 외견상 큰 변화는 없다”며 “장성택 처형은 북한 내부의 문제이지 북ㆍ중 교역은 광산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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