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배짱'…건보료가 샌다

입력 2013-12-29 21:45  

"진료비 내역 공단에 제공하라"는 감사원의 통보 묵살

지난해 과다 청구액 2700억 찾아냈지만
심평원 1년 예산과 맞먹어…보험금 절감 미미



[ 김용준 기자 ]
연간 40조원이 넘는 복지 재정을 집행하는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사이에 의료기관의 진료비 청구내역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재정 누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에 대한 병원과 약국의 진료비 과다 청구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심평원은 진료 상세자료를 건보공단에 제공하라는 2011년 감사원 통보를 지금까지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 조사로 4만3000건 적발

29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해 병원과 약국 등이 청구한 진료비를 검토한 뒤 과다 청구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 3902만건을 찾아냈다. 전체 진료비 청구건수 13억3000만건의 2.9%로 심평원은 이를 통해 전체 청구금액의 0.58%에 해당하는 2700억원가량을 깎았다.

현재 건강보험료 전달체계는 환자가 진료를 받으면 병원이나 약국이 소비자 부담분을 제외한 진료비를 심평원에 청구하고 심평원은 이 자료를 토대로 과다 청구 여부를 판단한 뒤 건보공단에 진료비 지급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진료비 과다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업무는 건보공단도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 심평원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과다 청구분을 건보공단의 일선 창구 직원들이 오랜 경험과 감각으로 찾아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건보공단은 과다 청구가 의심스러운 진료내역 15만8000건을 찾아내 심평원에 이의청구를 했다. 심평원이 사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청구건들이었다.

이의청구를 받은 심평원이 재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의 27%인 4만3000건에서 과다 청구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5억9000만원의 진료비 감액이 이뤄졌다.

해마다 같은 양상이 되풀이되자 건보공단은 심평원이 ‘독점’하고 있는 진료비 과다 청구 사례에 대한 자료들을 넘겨줄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상세자료에 드러난 과다 청구건을 유형별로 분석할 경우 보다 많은 부정 청구를 적발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1년 요양급여 비용 관리실태 조사를 벌인 감사원은 “심평원장은 심사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세부적 심사 결과가 담긴 진료비 조정 내역을 건보공단에 제공하라”고 통보했다.

◆예산 2274억원 vs 실적 2700억원

하지만 감사원의 권고는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심평원이 기관 상호간의 신뢰 부족 등을 내세워 제한적인 자료만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걷어 직접 보험금을 지급하면서도 정작 그 돈이 적정하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점검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가 (정보 제공 관련) 고시를 개정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고시 개정이 이뤄져야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심평원은 2000년 의료보험 통합 이후 건보에서 분리된 조직으로 조직 운영예산 전액을 건보가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은 2274억원. 하지만 이 예산은 심평원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조정한 금액 27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건보공단의 보험금 절감 효과가 고작 400억원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전체 진료비 대비 심평원이 조정한 금액의 비율도 2005년 이후 계속 0.5%대에 머물러 있다. 복지전달 체계가 잘 정비돼 있는 선진국들의 조정비율이 1.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약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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