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돌파' 특명 삼성전자, 신년 벽두부터 '한계' 절감

입력 2014-01-02 16:50  


[ 김민성 기자 ] '한계를 돌파하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특명이 내려진 신년 업무 첫날부터 삼성전자가 '한계'를 실감했다.

삼성그룹이 신년하례식을 치른 2일 삼성전자 '쇼크'가 증시를 강타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59%(6만3000원) 떨어진 13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한가 수준 곤두박질로 130만원 초반대까지 주가가 밀린 건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만이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추락으로 새해 첫날 코스피도 44.15포인트(2.20%)가 내린 1960대(1967.19)로 미끄러졌다.

새해 벽두부터 삼성전자가 예고된 한계에 정면 봉착한 형국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주력 사업이 한계에 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날 그룹 신년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와 성과가 부진했던 계열사 모두 올해 더 긴장해야한다고 힘 줘 말했다. 특히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신경영 20년간 글로벌 1등이 된 사업"이라고 언급했지만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단 한번 삼성의 모든 리더급 임원이 모이는 신년회 자리에서 '창조적 혁신으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압축적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시장 우려를 의식한 듯한 '한계돌파'라는 그룹 구호가 발표된 당일, 시장은 오히려 정반대 행보를 보인 셈이다. 급기야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이 하향조정된 9조원대에도 못미치는 8조원대로 재하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이어졌다.

이는 4분기보다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 올 1분기 9조원대 초반 실적치보다도 낮은 수치다. 만약 4분기 8조원대 실적이 현실화한다면 1월 실적도 더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가 지금 한계를 돌파하지 않으면 올해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선반영됐다는 분석이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가 극복해야할 대상은 어쩌면 자기 자신 뿐"이라며 "삼성이 끊임없는 변화를 재차 주문하는 이유 역시 내부적 혁신만이 1위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한계'를 부각시킨 재료는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갤럭시' 시리즈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었다.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3분기보다 약 4% 떨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것도 이유였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 행진이 4분기에 멈출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셈이다.

주력 판매 감소 여파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군 판매추이 감소가 예상보다 빨라지는데 따른 조치다. 이 탓에 삼성전자에 카메라 모듈 및 회로기판, 디스플레이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련 계열사 4분기 수익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인 내수 시장 상황도 얼어붙고 있다. 보조금 규모 급감으로 신제품 고가 휴대전화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고, 스마트기기 포화현상으로 내년 내수 시장은 마이너스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기술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경쟁제품인 LG전자의 G시리즈 및 팬택 베가 시크릿 노트(팬택) 등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계돌파'라는 전사적 비전이 분명해진만큼 혁신적 실행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글·사진=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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