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보에 南南갈등 있을 수 없다

입력 2014-01-02 20:29   수정 2014-01-03 04:07

"한·미 동맹 강화는 생존의 문제
공통의 적 억지할 만한 힘 갖추고
통일에 대한 주변국 지지 구해야"

남궁 영 <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한국국제정치학회장 youngnk@hufs.ac.kr >



갑오년 말띠 새해가 밝았다. 연초에 재미삼아 들춰본 역술가들의 논평을 보니 2014년은 서양으로 치면 유니콘에 해당하는 청마(靑馬)의 해로서, 그 기질로 진취성과 사회성을 꼽고 있다. 개인과 국가를 막론하고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는 진취성, 그리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현명한 처신을 살피는 사회성은 대내외적 여건이 불리한 쪽에 더 필요한 자세라 할 수 있다.

지정학적 환경에서 오는 한국의 불리함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악연을 가진 이웃 국가들이 여전히 막강한 국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23일 이어도가 포함된 해역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하면서 분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독도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미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으며 현재 10개 내외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일련의 안보 위기들을 우리의 자력만으로 극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반도 주변 3국인 중국, 일본, 러시아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세계 2, 3, 8위, 국방비 규모로는 세계 2, 5, 3위의 강대국들이다. 중국의 부상, 일본의 우경화 그리고 한국의 상대적 열세가 계속된다면 이후 한국은 지속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역내 분쟁 당사자로 엮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이런 안보문제의 수준, 원인, 대응방안을 두고 보수와 진보진영이 대립하고 있다는 데 있다. 안보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남남갈등’은 그 자체로 국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 우리에게 한·미 동맹이 필요한 이유는 자력으로 역내 안보문제를 관리·해결할 역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지, 민족 대 외세의 정서적 측면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어려운 지정학적 환경에서도 특유의 투지와 근면, 그리고 강력한 한·미 동맹을 이끌어낸 외교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진취성과 사회성의 ‘청마’를 닮은 국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동맹은 공동의 적으로부터 국익을 지키기 위해 성립되는 국가 간 계약이다. 믿을 만한 동맹 상대가 되기 위해서는 유사시 공동의 적에 대항해 전쟁을 치르거나 그런 상황을 억지할 만한 힘을 가져야 한다. 동맹을 유지하려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국이다. 2013년판 스톡홀름 평화연구소(SIPRI)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의 국방비는 약 7000억 달러로 2위인 중국의 4배, 중국·러시아·일본의 국방비를 합친 금액의 두 배 이상이며 심지어 2위부터 10위까지를 다 합쳐도 미국에 못 미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2년 GDP로 봐도 미국은 중국을 거의 두 배로 앞서고 있다.

미국은 역외강대국으로서 태평양 건너에 있다. 이는 한반도 영토를 얻는 것이 직접적 국익이 되는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미국을 파트너로 두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과제는 긴밀한 한·미 협력을 기반으로 주변 강대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통일에 대한 지지를 구하는 일이다. 통일에 대한 지나친 민족주의적 접근보다는 한반도 통일이 지역 및 세계 평화와 번영,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실현에 기여한다는 점을 이해 당사국 정부와 사회에 설득하는 지속적인 공공외교를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청마의 해를 시작하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진취성과 사회성을 기대해본다.

남궁 영 <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한국국제정치학회장 youngnk@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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