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희망 담긴 지압봉 선물

입력 2014-01-02 20:32   수정 2014-01-0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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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챙겨서 옳은일 많이 하라는 의미
1000통이 넘는 그 어떤 축하보다 값져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



지난해 1월, 나는 대한변호사협회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변호사들의 직선 투표에 의해 협회장에 당선되었다. 그 무렵 나는 대구가 발송지로 적힌 소포를 받았다. 상자를 뜯어보니 투박한 포장 속에 장인의 손길로 직접 깎아 만든 지압봉 2개와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이 있었다.

“지면에서 만났습니다. 청년기에 야무지게 일구신 삶, 만인에 귀감입니다. 어느 곳에 계시든 든든한 이웃입니다. 더 큰 일을 해주십시오. 제 짐작에 건강은 여태 후순위에 밀려 있었을 것 같아 거칠고 작은 목각하나 발송합니다. 위 회장님 몸과 일치한다면 수시로 써주십시오….”

포장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경상도 사투리의 어르신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압봉을 보내게 된 경위를 여쭈어 보았다. 그 분은 옛날에는 나무를 깎아 지압봉을 만들어 소매하는 업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에는 나이도 들고 건강이 여의치 않아 영업은 그만두었다고 했다.

더불어 신문 보도 기사를 본 후 변호사협회장이 너무나 큰 역경을 헤쳐나오면서 살아왔기에 감동을 받았으며,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던 중, 건강을 위한 지압봉 두 개를 깎아 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디 그 지압봉을 잘 활용하여 강건한 몸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옳은 일을 많이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감동을 받은 것은 오히려 나였다. 생면부지의 어른으로부터, 그것도 내가 태어난 곳이나 자랐던 곳도 아닌 먼 고장에서 정성과 희망의 메시지, 그리고 채찍까지 함축된 고귀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협회장 당선 직후 1000통이 넘는 축하 메시지를 받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지역으로 갈라지고, 이념으로 대립하며, 세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한국이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품고서 소리 없이 열심히 일해온 결과라고 본다. 지압봉을 깎는 마음, 그것을 보내는 정성을 생각하면서 나는 오늘도 이 사회에서 무엇이 정의이고 어떤 것이 인권을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부지런히 뛴다.

위철환 < 대한변호사협회장 welawyer@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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