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3100조원…60%가 2015년 만기, 신평사 빈약·금리 올라 미지수
[ 김동윤 기자 ]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의 채권 차환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지방정부의 부채를 채권 발행을 통해 연장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지방정부의 과잉 부채 문제를 ‘소프트 랜딩(연착륙)’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채의 만기 연장을 위한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지방정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면 NDRC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NDRC는 그러나 그동안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재정 지출을 막겠다는 의도였다.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허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작년 11월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지방정부가 투명한 절차만 거치면 채권을 발행하도록 허용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정책 전환은 견조한 경제성장률 유지와 지방정부 부채 축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국 감사원의 지난달 30일 발표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2013년 6월 말 기준)는 17조8900억위안(약 31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60% 정도가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돌아온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에는 향후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경제성장률이 6%대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에는 ‘부채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목적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중국 지방정부는 지방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지방정부융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투자해왔다.
FT는 “지방정부융자회사는 그동안 시중 은행에서 고금리로 단기 자금을 주로 빌려왔는데 이를 지방채로 전환하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은행권에 집중된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 일부를 자본시장으로 이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은 지방정부의 신용도를 평가할 신용평가기관 등 기본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최근 들어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채권 발행 비용이 늘고 있다는 점도 원활한 지방채 발행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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