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회사들의 ‘탈코리아’ 이유 중 하나로 관의 과도한 개입을 꼽을 수 있다.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금리를 뺀 부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 수익성이 유지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영업전략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한다. 실제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준을 갈수록 강화하는 움직임을 반영해 금융 수수료 인상을 사실상 포기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 대표는 “한국 금융권에선 기부금, 서민금융 등 각종 사회공헌에 활용된 금액을 기준으로 매년 금융회사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한 금융회사에서 나오는 이익은 주주 등 투자자들의 몫인데 한국은 이 같은 당연한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한국이 10년 전 내세웠던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 전략은 실질적인 성과 없이 무산되는 양상이다. 2003년 금융당국은 2015년까지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은 아시아 3대 금융허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14년 1월 현재 글로벌 금융회사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서울이나 부산에 둔 곳은 없다. 반면 두바이 정부는 한국과 비슷한 시기인 2004년 9월 두바이를 세계적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뒤 적극적인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놨다. 이 결과 세계 국제금융센터(IFC)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두바이는 총 53개 IFC 중 6위에 랭크됐다.
한국 정부의 관치 흐름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도 볼 수 있다. 각 금융지주사 및 시중은행의 CEO 임기가 돌아올 때마다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선임된 권선주 신임 기업은행장은 막판까지 모피아 출신 인사와 경합을 벌였다. 지난해 6월 선임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또한 경제 관료 출신이다. 한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의 고위 관료들이 언제든지 금융회사 CEO로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치를 거스르는 의견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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