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 최병일 기자 ]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에 있는 오만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없는 낯선 나라지만 광활한 사막과 와디라 불리는 계곡에 바다까지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오만은 신드바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막지대가 국토의 85%를 차지하지만, 하자르 산맥을 중심으로 곳곳에 녹색지대가 있는 ‘중동의 보석’ 오만으로 신드바드가 돼 모험을 떠나보자.
다양함이 가득한 무스카트
인천을 떠나 카타르 도하에 잠시 머물렀던 비행기는 아랍의 본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로 향했다. 공항을 나서니 무스카트 거리는 온통 흰색과 연노란색 건물 천지다. 흰색과 연노란색 외에는 법으로 채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만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오만은 유럽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가운데 하나일 만큼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친절하며 치안이 잘돼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오만은 페르시아만의 입구라는 천혜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16세기 초부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다. 약 150년간 식민 통치를 받다 17세기에 독립한 후 페르시아만 연안을 비롯해 파키스탄과 인도양 잔지바르까지 진출하는 등 중동의 맹주로서 위세를 떨쳤다. 오만이 디즈니 만화로 잘 알려진 신드바드의 고향이 된 것도 이즈음이다. 원래 신드바드는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인도양 건너 동남아·중국으로 이어지는 항해 길에 나서는 선원들을 뜻했다고 한다.
무스카트는 다양함으로 가득 찬 도시다. 무스카트 중심가에 있는 그랜드 모스크는 꼭 들러봐야 할 관광지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그랜드 모스크는 술탄의 왕위 계승 25주년을 기념해 건설됐다. 터키의 블루모스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랜드모스크는 담백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지녔다. 모스크에는 독특한 모양의 샹들리에와 무려 21t의 페르시안 카펫이 눈길을 끈다. 이 카펫은 무려 600여명의 이란 여성이 4년에 걸쳐 직접 손으로 짰다고 전해진다.
세월과 바람이 만든 계곡과 싱크홀
오만의 등뼈를 이루는 하자르 산맥은 길이가 무려 500㎞에 달한다.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어찌 보면 황량하고 삭막하지만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사막과 푸른 오아시스를 넘으면 수천 년의 세월과 바람이 만든 계곡(와디)에 이른다. ‘와디’는 아랍어로 마른 계곡을 뜻한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물길이 흐르지만, 평상시에는 거칠고 메마른 바위투성이의 건천(乾川)이다.
하지만 지금은 계곡 사이로 물이 넉넉히 흐른다. 여름에는 거의 건천이지만 가을, 겨울에는 물이 흐른다고 한다. 와디 곳곳에 자리를 잡고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삼삼오오 모여 물놀이를 하거나 양꼬치를 구워먹는 모습이 정겹다. 오만은 중동 국가답지 않게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문명을 이뤘던 나라다.
오만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색적인 풍경은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품은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돼 생긴 일종의 웅덩이다. 대개 싱크홀이 생긴 지역은 흙더미가 내려앉아 푹 파인 웅덩이에 불과하지만 오만의 싱크홀은 ‘우연하게 생긴 자연의 경이’라는 표현이 딱
어맞는 곳이다.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가 물가에 닿으면 황홀한 물빛이 경탄을 자아낸다. 자연재해를 보기 드문 관광지로 바꿔버린 오만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오만의 지층이 약해서인지 이곳뿐 아니라 오만 곳곳에 싱크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싱크홀을 지나 사막지대를 건너면 어느덧 바다가 펼쳐진다. 동남부 해안 지역인 퀴리얏(Quriyyat)과 디밥(Dibab) 사이 바닷가다. 오만이라고 해서 바다가 남다를 리 없지만 거친 바위산과 사막만 보다가 갑자기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어촌 풍경은 어디나 비슷하다. 접안 시설이 없다보니 모래톱에 배를 대고 생선을 내리는 어부와 왁자지껄한 풍경은, 오만 특유의 복색만 빼면 우리 어촌과 그리 다르지 않다.
바닷가 너머에는 포르투갈이 식민지배를 하던 시절 세워진 나칼(Nakhal) 요새가 우람하게 서 있다. 요새는 지은 지 350년이 됐다고 한다.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다. 요새 아래쪽에 있는 구시가지는 오아시스 끝에 있는 나칼 샘물과 이어진다. 중동의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오만 여행은 눈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가득하다.
무스카트=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Tip
인천에서 오만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카타르 항공을 타고 도하를 경유해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인천에서 카타르 도하까지는 10시간 정도 걸리고 도하에서 무스카트까지는 약 2시간 걸린다. 한국과의 시차는 -5시간. 오만은 관광 목적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도하에서 스톱오버로 입국하려면 공항에서 30일 관광비자(30달러)를 발급받으면 된다.
술탄이 지배하는 나라로 전통적인 이슬람권 국가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슬람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는 물론 음주도 할 수 있다. 통화는 오만리얄을 쓴다. 1리얄은 약 3000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기준 2만4803달러로 삶의 질이 높은 편이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로 여름철에는 48도까지 올라가지만 겨울 기온은 20~25도여서 대단히 쾌적하다.
[ 최병일 기자 ]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에 있는 오만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없는 낯선 나라지만 광활한 사막과 와디라 불리는 계곡에 바다까지 있어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오만은 신드바드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막지대가 국토의 85%를 차지하지만, 하자르 산맥을 중심으로 곳곳에 녹색지대가 있는 ‘중동의 보석’ 오만으로 신드바드가 돼 모험을 떠나보자.
다양함이 가득한 무스카트
인천을 떠나 카타르 도하에 잠시 머물렀던 비행기는 아랍의 본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로 향했다. 공항을 나서니 무스카트 거리는 온통 흰색과 연노란색 건물 천지다. 흰색과 연노란색 외에는 법으로 채색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만이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오만은 유럽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가운데 하나일 만큼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친절하며 치안이 잘돼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오만은 페르시아만의 입구라는 천혜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16세기 초부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다. 약 150년간 식민 통치를 받다 17세기에 독립한 후 페르시아만 연안을 비롯해 파키스탄과 인도양 잔지바르까지 진출하는 등 중동의 맹주로서 위세를 떨쳤다. 오만이 디즈니 만화로 잘 알려진 신드바드의 고향이 된 것도 이즈음이다. 원래 신드바드는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인도양 건너 동남아·중국으로 이어지는 항해 길에 나서는 선원들을 뜻했다고 한다.
무스카트는 다양함으로 가득 찬 도시다. 무스카트 중심가에 있는 그랜드 모스크는 꼭 들러봐야 할 관광지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그랜드 모스크는 술탄의 왕위 계승 25주년을 기념해 건설됐다. 터키의 블루모스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랜드모스크는 담백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지녔다. 모스크에는 독특한 모양의 샹들리에와 무려 21t의 페르시안 카펫이 눈길을 끈다. 이 카펫은 무려 600여명의 이란 여성이 4년에 걸쳐 직접 손으로 짰다고 전해진다.
세월과 바람이 만든 계곡과 싱크홀
오만의 등뼈를 이루는 하자르 산맥은 길이가 무려 500㎞에 달한다.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어찌 보면 황량하고 삭막하지만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은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사막과 푸른 오아시스를 넘으면 수천 년의 세월과 바람이 만든 계곡(와디)에 이른다. ‘와디’는 아랍어로 마른 계곡을 뜻한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물길이 흐르지만, 평상시에는 거칠고 메마른 바위투성이의 건천(乾川)이다.
하지만 지금은 계곡 사이로 물이 넉넉히 흐른다. 여름에는 거의 건천이지만 가을, 겨울에는 물이 흐른다고 한다. 와디 곳곳에 자리를 잡고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 삼삼오오 모여 물놀이를 하거나 양꼬치를 구워먹는 모습이 정겹다. 오만은 중동 국가답지 않게 물이 풍부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문명을 이뤘던 나라다.
오만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색적인 풍경은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품은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돼 생긴 일종의 웅덩이다. 대개 싱크홀이 생긴 지역은 흙더미가 내려앉아 푹 파인 웅덩이에 불과하지만 오만의 싱크홀은 ‘우연하게 생긴 자연의 경이’라는 표현이 딱
어맞는 곳이다. 계단을 타고 천천히 내려가 물가에 닿으면 황홀한 물빛이 경탄을 자아낸다. 자연재해를 보기 드문 관광지로 바꿔버린 오만인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오만의 지층이 약해서인지 이곳뿐 아니라 오만 곳곳에 싱크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싱크홀을 지나 사막지대를 건너면 어느덧 바다가 펼쳐진다. 동남부 해안 지역인 퀴리얏(Quriyyat)과 디밥(Dibab) 사이 바닷가다. 오만이라고 해서 바다가 남다를 리 없지만 거친 바위산과 사막만 보다가 갑자기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어촌 풍경은 어디나 비슷하다. 접안 시설이 없다보니 모래톱에 배를 대고 생선을 내리는 어부와 왁자지껄한 풍경은, 오만 특유의 복색만 빼면 우리 어촌과 그리 다르지 않다.
바닷가 너머에는 포르투갈이 식민지배를 하던 시절 세워진 나칼(Nakhal) 요새가 우람하게 서 있다. 요새는 지은 지 350년이 됐다고 한다. 멋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다. 요새 아래쪽에 있는 구시가지는 오아시스 끝에 있는 나칼 샘물과 이어진다. 중동의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오만 여행은 눈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가득하다.
무스카트=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Tip
인천에서 오만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카타르 항공을 타고 도하를 경유해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인천에서 카타르 도하까지는 10시간 정도 걸리고 도하에서 무스카트까지는 약 2시간 걸린다. 한국과의 시차는 -5시간. 오만은 관광 목적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도하에서 스톱오버로 입국하려면 공항에서 30일 관광비자(30달러)를 발급받으면 된다.
술탄이 지배하는 나라로 전통적인 이슬람권 국가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슬람 윤리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는 물론 음주도 할 수 있다. 통화는 오만리얄을 쓴다. 1리얄은 약 3000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2년 기준 2만4803달러로 삶의 질이 높은 편이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로 여름철에는 48도까지 올라가지만 겨울 기온은 20~25도여서 대단히 쾌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