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해도 여의도 증권가에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습니다. 요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죠. 변화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입니다. 곧 다가올 '바이오 전성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진업 테라젠이텍스 대표(62·사진)는 "증권가의 달라진 분위기가 게놈(유전체) 분석 시장의 성장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테라젠이텍스가 게놈 분석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게놈 분석은 사람의 게놈을 파악해 암, 희귀질환 등의 발병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방 차원의 의료 서비스. 테라젠이텍스는 지난해 1월 '헬로진'이란 게놈 분석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지난해 1분기 2억24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우연히 날아온 소식도 게놈 분석 시장의 전망을 밝혔다. 게놈 분석 서비스를 받은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에 걸린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받아들자 미리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것. 이 소식이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게놈 분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관련 업계는 올해 4000억 원, 2016년 6000억 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놈 분석 서비스에 인생을 걸겠다"는 고 대표를 최근 경기 수원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만났다.
◆"우리는 '게놈' 요리하는 기업"
"게놈 해독 작업이 요리를 위해 떡을 뽑는 과정이라면, 게놈 분석은 뽑힌 떡으로 요리를 하는 작업입니다. 테라젠이텍스는 요리를 잘 하는 기업이죠. 해독된 게놈을 요리하는 것이 우리 역할입니다."
고 대표는 "게놈 분석에 따라 맞춤형 케어가 가능해지는 시대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암 환자의 경우 유전체에 따라 몸이 반응하는 약이 제각각이어서 게놈 분석을 통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실제 '헬로진' 서비스는 피 한 방울만으로 개개인의 암 발병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고 대표는 "정부에서도 게놈 분석 사업에 주목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선 굉장한 호재"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8년 동안 게놈 사업에 5800억 원을 투자한다. 게놈 분석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기간으로 잡고 매년 500억~800억 원을 쏟아 부을 방침이다.
테라젠이텍스는 최근 게놈 분석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액정표시장치(LCD) 장비 조직을 물적 분할로 떼어냈다. 2017년 매출 목표 1000억 원 중 게놈사업부가 절반 이상을 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전체 필요성 커진다…두자릿수 성장 보일 것"
고 대표는 현재 테라젠이텍스 외에도 제약회사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를 통해선 '미래'를 볼 수 없었다고.
"대한민국의 메이저 제약회사들도 세계적인 신약을 갖고 있는 회사는 드뭅니다. 대부분이 유통과 카피에 열을 올리죠. 신약을 성공시키는 데 들어가는 투자비용만 1조5000억 원인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중소 제약회사가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고민했습니다."
고 대표가 답을 찾은 곳이 바로 '바이오'였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먹거리'는 바이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120세 이상 사는 것은 모두의 꿈입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했을 때나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투자 비용을 알아보니 최소 5년 동안 연간 30억~50억 원을 투자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답이 나왔습니다. 제약회사는 일임해놓고 테라젠이텍스 게놈사업에 인생을 걸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고 대표는 "가파른 상승을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부진해 어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게놈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쪽이 있는 만큼 부정적인 시각도 있기 때문. 그는 "단기적인 성과를 확답하긴 어렵지만 올해 두자릿수 성장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에 연구에 집중해왔다면 올해는 영업을 통해 의미 있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을 실적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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