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2014년을 뜨겁게 달굴 식품과 주류업계의 격전지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50년 이상 조미료 시장 양대산맥을 유지해 온 CJ와 대상의 구도를 샘표가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CJ·그래미·동아 등 '빅3'가 꽉 잡고 있는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하이트·유한양행 등이 얼마나 선전할 지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또 동서식품이 80%를 장악하고 있는 커피믹스 시장을 깨기 위해 남양유업이 출사표를 던진 원년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 '유통공룡' 롯데의 진출로 새로운 구도가 탄생할 국내 맥주 시장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CJ-대상 '50년 양대산맥', 샘표 '연두'가 깰까
국내 조미료 시장은 지난 50년 간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양분해왔다. 1세대 조미료는 대상의 미원이, 2세대 조미료는 CJ제일제당의 다시다가 승자였다. 각각 90%가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이 같은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최근 3년 간 본격적으로 성장한 3세대 천연조미료 시장에서 샘표의 요리에센스 '연두'의 기세가 무섭게 떠오른 것.
샘표는 지난해 연두를 총 150억원 어치를 팔아치우며 이 분야 1위로 올라섰다. CJ제일제당의 산들애가 115억원으로 2위, 대상의 맛선생이 91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천연조미료 시장 규모는 지난 3년 간 약 10%씩 성장해 지난해 약 400억 원을 기록한 곳으로 1세대 발효조미료, 2세대 화학조미료에 이은 3세대 조미료 시장으로 불린다. 올해는 500억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샘표가 이 기세를 이어가 50년 해묵은 구도를 확실히 깰 수 있을지 아니면 조미료 업계의 '터줏대감' CJ와 대상이 재역전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 컨디션·여명808·모닝케어 '빅3'…추격자는 누구?
올해 숙취해소음료 시장의 관심사는 CJ, 그래미, 동아제약 등 전통의 강호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다.
국내 숙취해소음료 시장은 CJ제일제당 컨디션과 그래미 여명808, 동아제약 모닝케어 등 이른바 '빅3'가 시장을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구조다.
그동안 롯데칠성, 대상, LG화학 등이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해 전부 철수하는 등 높은 진입장벽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간 매해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분야라 식품업계에선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도 식음료 업체들의 숙취해소음료 시장 진출은 줄을 이었다. 지난해 6월 보령제약과 유한양행이 각각 '엑스솔루션'과 '내일엔'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지난해 7월 하이트진료음료가 '술 깨는 비밀'을 출시했다.
또 삼양사가 지난해 12월 환 타입의 '상쾌환'을 선보였고 일본 1위 숙취해소제인 하우스웰니푸드의 '우콘파워'도 국내에 상륙했다.
업계 관계자는 "숙취해소 시장은 다른 곳과 달리 충성도가 높은 분야"라며 "신규 업체들이 얼마나 차별화된 제품으로 진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철옹성' 동서식품에 대적하는 '걸음마' 남양유업
본격적으로 '머니' 싸움이 예상되는 곳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이다.
이 시장은 동서식품의 맥심이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맥심 '화이트 골드' 브랜드 하나만으로도 2위 남양유업의 점유율(15%)을 뛰어넘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남양유업이 토종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피동결건조 공장을 짓고 '커피전문 기업'으로 탈바꿈을 선언하면서 이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분기 대형마트 기준 동서식품의 점유율은 약 78%, 편의점 기준으로는 약 75%까지 떨어진 것. 반면 남양유업은 2012년 한 자릿수 점유율에서 올 상반기 14%, 지난 3분기 16%까지 올라온 상태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이 같은 기세를 등에 업고 지난해 12월 연간 7200톤, 약 50억 개의 커피믹스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을 통해 향후 3년 안에 동서식품을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에 이어 인산염까지 제거한 커피믹스인 '누보'를 통해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점유율 늘려나가기에 돌입한 상태다. 매대를 두고 벌어지는 남양유업과 동서식품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올 상반기 '롯데'가 온다…하이트-오비 '긴장'
올 4월 하이트와 오비 일색이었던 국내 맥주시장에 롯데가 뛰어든다. 브랜드명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명인 '롯데맥주'라고 부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충북 충주에 연간 생산량 5만㎘ 규모의 맥주공장을 완공, 현재 생산을 준비 중에 있다.
기존 업체들은 롯데칠성의 맥주 시장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롯데그룹이 갖고 있는 막강한 유통 채널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그동안 일본 아사히맥주 브랜드의 유통을 담당해 오면서 주류 마케팅과 판매 노하우를 쌓아왔다. 또 소주 '처음처럼'을 통해 다져놓은 영업망도 존재한다. 바닥부터 시작했던 다른 업체들과 다르다는 얘기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경쟁사의 맥주시장 신규 진출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올해 전 임직원이 총력 체제로 나서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롯데칠성이 시장에 내놓을 첫 번째 제품은 기존에 유통하던 아사히와 다른 '대중적인' 라인이 될 전망이다.
이재혁 롯데칠성 대표는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유통하고 있는 롯데아사히맥주는 프리미엄급 맥주라인으로 향후 출시할 '롯데맥주(가칭)'는 대중적인 라인으로 판매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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