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김포에 첫 프리미엄 아울렛
신세계, 교외형 복합쇼핑몰 주력
[ 유승호 기자 ]
백화점은 올해도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백화점 업계는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의 주력 품목이 의류와 잡화인데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몰, 면세점, 홈쇼핑 등을 통해서도 이를 구입하고 있어서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과도한 지출을 삼가는 ‘합리적 소비’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 이월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아울렛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쇼핑과 여가를 결합한 복합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업태에 대한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다.
○온라인쇼핑 등 늘어 성장 제약
신세계 미래정책연구소는 올해 백화점 매출이 3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증가율이 작년(2.9%)보다는 높아지지만 저성장 추세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래정책연구소의 진단이다.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10%를 넘다가 2012년 5.5%로 떨어졌다. 롯데 미래전략센터도 백화점 시장 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고객인 중산층 소비가 위축된 것이 백화점 매출 증가세가 꺾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래정책연구소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가계부채 부담이 늘면서 중산층의 소비 여력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또 고령화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늘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신규 출점이 없었던 것도 업황 부진의 한 원인이다. 이들 3개 백화점이 점포를 하나도 내지 않은 것은 1996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미래정책연구소는 새해에는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중산층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과 중년 남성 등이 백화점의 새로운 고객층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 들어 VIP 고객층의 매출 증가 폭이 확대되는 등 고소득층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온라인쇼핑몰 등 다른 유통업태의 시장 규모가 커져 백화점 매출 증가 폭은 제한될 전망이다. 백화점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다른 유통 채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국내 소비자의 23%는 매장에서 상품을 비교한 후 온라인으로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의 재고 및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아울렛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백화점의 몫을 잠식하고 있다. 홈쇼핑도 최근 유명 디자이너 의류와 해외 패션 브랜드를 판매하는 등 의류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경희 미래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 침체에 대응하는 백화점의 마케팅 역량이 강화돼 매출 증가 폭이 커질 것”이라며 “다른 업태와 경쟁이 심해졌다는 점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울렛·복합쇼핑몰 집중 투자
백화점 업계는 중저가 유통 채널인 아울렛을 늘리는 한편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복합쇼핑몰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아울렛 3개를 개장한 데 이어 올해도 경기 고양시, 구리시, 경남 진주시 등에 아울렛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의 아울렛 매출은 지난해 1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1% 증가했다. 올해는 아울렛 매출을 2조5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백화점은 아울렛에서 이월상품을 평균 30%에서 최대 70%까지 싸게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하반기 경기 김포시에 첫 아울렛을 개장한다. 신세계 관계사인 신세계사이먼은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저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소비 패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업체별 실적에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쇼핑몰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백화점 외에 식당, 극장, 테마파크 등 다양한 여가 및 문화공간을 들여놓은 시설을 말한다.
롯데백화점은 상반기 중 서울 잠실에 개장 예정인 롯데월드몰에 명품 전문 백화점인 에비뉴엘 잠실점을 연다. 롯데월드몰에는 에비뉴엘 잠실점 외에도 면세점, 대형마트, 극장, 공연장 등이 들어간다. 하반기 문을 여는 롯데백화점 수원점도 복합쇼핑몰 형태다.
신세계는 2017년까지 경기 하남시, 인천 청라지구, 고양 삼송지구 등 6곳에 복합쇼핑몰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판교 알파돔시티에 복합쇼핑몰을 짓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하남 유니온스퀘어 착공식에서 “쇼핑 외식 오락 등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쇼핑 외에 체험과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생활·문화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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