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갑오년 새해를 맞은 일본의 분위기는 상당히 밝다. 공영방송인 NHK를 비롯해 주요 신문사들의 신년 기획물은 자신감으로 넘쳐난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들 최고경영자(CEO)들의 새해 경영 방침에도 자신감이 배어있다.
일본 IT업계를 대표하는 캐논의 새해 첫 뉴스가 특히 인상 깊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캐논은 자사 제품의 일본 국내 생산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미타라이 후지오 캐논 회장은 내년까지 일본내 생산 비율을 현재 42%에서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스트 절감을 이유로 해외 생산을 늘려온 일본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변화의 신호탄이다. 이익 증대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일본식 경영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가들의 자신감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재계를 대표하는 3단체인 게이단렌과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는7일 도쿄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임금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제 성장이 올해도 지속적으로 실현될 것” 이라며 “상응하는 임금 인상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제동우회의 하세가와 야스치카 회장도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면서 “임금 인상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대체로 임금 인상에 동의했다. 편의점 체인인 로손의 니나미 다케시 CEO는 2년째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며 “민간 기업이 임금 인상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가 도시유키 닛산 부회장은 “2013회계연도에 실적이 예상을 초과한 것으로 나온다면 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는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고 투자 확대로도 이어지는 경기 선순환을 실현하는 게중요하다”며 임금 인상을 거듭 촉구했다.
새해 들어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아베 신조 총리에게 한일·중일 관계 개선도 촉구하고 나섰다. 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은 “현재 일중, 일한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세 나라) 국민이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정상끼리 만나는 것밖에 타개책이 없다” 며 “정상회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에서 지난해 보수 정권의 출범 후 정치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를 망각한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한일간 거리는 멀어지기만 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경제계에서 양국간 화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면 경제면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을 거듭 강조했다. 경제 성장을 통해 국민들이 더 잘 살게 하는 게 임기중 최대 역점 방향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7년째 2만 달러에서 정체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을 4만 달러까지 높여야 한다는 장기 비전도 내놨다.
한국경제의 성장 필요성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모처럼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이웃 나라 일본은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일본의 보수화하는 정치인들은 미워도 세계 3위 규모인 일본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 새해 일본 시장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한경닷컴 최인한 뉴스국장 janus@h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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