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려 20년여 전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이 때 미국 헐리우드 영화 ‘나 홀로 집에’가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최근 연인과의 이별과 약물중독으로 인한 ‘초라한’ 모습이 공개된 맥컬리 컬킨이 주인공을 맡았고 속편도 여러 가지가 나와 눈에 익은 영화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인 1990년 제목 ‘나홀로 집에’와 동의어격인 국내 1인가구주의 숫자는 전국적으로 17만4000명 수준 (9.0%)이었다고 합니다.국내 1인 가구수는 이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20년이 지난 2010년, 무려 126만7000명에 달했다는 집계고요.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7.3배 증가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1734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3%라는 통계입니다. 쉽게 말해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나홀로 집에’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아래는 외국과 한국의 1인 가구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그래프입니다.[각 국별 1인가구 비중, 자료출처=LG경제연구원]
우리나라 1인가구의 엄청난 증가폭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건 영화 ‘나홀로 집에’가 개봉된 이후 등장한 ‘속어’들에서 짐작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이혼 후 혼자 사는 남자 또는 여자를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이 대표적입니다.
또 배우자 사별 후 홀로 된 노인을 설명하는 ‘D.K.N.I.(독거노인)' 고스펙 전문직을 갖고 결혼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을 말하는 ‘골드미스’ 가족을 해외에 보내고 외로이 살아가는 ‘기러기아빠’ 등등이 꼽힙니다.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1인가구는 막을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전체에서 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엔 29.6%, 2030년엔 32.7%로 뛸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같은 대한민국 1인가구의 증가는 사실 인구적인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결혼을 않거나 늦추고 자녀를 낳지 않는 풍토 등이 그렇습니다. 합계출산율에 결정적으로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꼭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 듯 합니다. 맨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인 가구가 특이한 등식 (소비지출 = 1>1+1)을 성립시키고 있어서입니다.‘나홀로 집에’로 대표되는 1인가구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2인가구 보다 ‘소비 지출이 더 많다’는 이색적인 연구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1인 가구 증가가 소비지형도를 바꾼다’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는데요. 그는 “주거 또는 내구재 처럼 같이 쓸 수 있는 소비를 1인 가구의 경우 홀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1인가구가 소비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가구 구성원의 연령, 소득 차이 등을 제거하고 보았을 때 1인 가구의 소비는 2인 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8%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고 연구원의 해석입니다.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2인가구와 비교해 1인가구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소비 특징을 갖는다고 소개했습니다. “소비지출= 1인가구 > .2인가구” 등식이 성립하는 근거인 셈입니다.
①주거비는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이 가장 큰 품목 중 하나이다. 1인 가구의 주거비 지출은 월평균 20만원으로 2인 가구의 13만원 (1인당) 보다 크게 높다.
②주류 및 담배도 1인 가구 소비가 상당히 큰 품목이다. 남성 1인 가구의 주류 및 담배 소비는 2인 가구의 부부 합산 소비보다도 크다.
③1인 가구화에 따른 외식비 증가는 27%, 가공식품 소비 증가는 51%에 달했는데 특히 남성 독신 가구에서 소비 증가가 가장 크다.
④의류 및 이미용 소비도 1인 가구에서 10% 가량 많았는데 30대 이하 독신 여성 가구의 소비가 가장 컸다.
⑤독신 가구는 사회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통신비 및 교제비 지출을 더 많이 한다.
⑥1인 가구화로 운동 및 문화서비스 소비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고령 1인 가구의 여가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다.
⑦1인 가구의 여행비 지출은 2인 가구보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24%). 이는 남성 1인 가구의 여행비 지출이 여성 1인 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령 1인 가구의 여행비 지출도 매우 낮았다.
⑧가전제품은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1인가구의 소비지출 부담이 컸다. 품목별로는 PC 소비 증가가 가장 컸고 다음으로 백색가전, TV 순으로 나타났다.
⑨의료 건강 부문의 경우 1인 가구의 소비가 더 적었다. 의약품 소비는 1인 가구가 더 많았지만 병원 서비스 이용이 30~4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 낮았기 때문이다.
⑩내구재 중에서도 승용차 및 가구 등 부피가 크고 고가인 품목은 1인 가구화에 따라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지만 1인 가구 증가가 이를 상쇄해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20년까지는 고령화에 따른 소비 감소 효과가 -1.6%이지만 1인 가구화 및 가구원수 감소의 소비 증가 효과는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고 선임연구원의 해석입니다.
때문에 1인 가구가 주요 가구형태가 됨에 따라 기업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1인 가구화가 가져올 소비시장의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연구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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