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현우 기자 ] 1886년 설립 이후 128년간 여성 총장을 유지해온 이화여대가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두고 여성으로 한정하던 후보 자격 규정을 폐지했다.
9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이화여대 법인인 이화학당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제15대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고 총장 후보 자격에서 성별 제한을 없앴다. 이화학당은 이화여대 총장을 새로 선임할 때마다 총장 후보 추천 규정을 새로 만든다. 이번 규정은 ‘여성에 한정한다’는 예전 규정과 달리 ‘총장 후보자는 학내 인사와 학외 인사를 불문한다’고만 명시했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 선출 과정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 보자’고 논의된 뒤 김선욱 총장이 단과대학과 대학원 등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굳이 여성으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고 교무회의를 거쳐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정식 상정됐다. 규정안은 장명수 이사장과 김 총장 등이 함께 준비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구성원 7명은 안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번 규정은 성별 제한 폐지 외에도 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원을 기존 25명에서 35명으로 늘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법인추천위원은 7명으로 동결하고 교수대표위원을 14인에서 22인으로, 직원대표위원을 2인에서 3인으로 각각 늘렸다. 교수대표위원을 뽑을 때는 비정년트랙(특별채용)교원과 외국어교원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했다.
특정 남성 후보를 염두에 두고 여성 제한을 폐지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 김미현 이화여대 홍보부처장은 “현재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아무도 없다”며 “남자든 여자든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이 총장이 돼야 한다는 학내 의견이 수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등 다른 6개 4년제 여대는 총장 선출에 성별 제한이 없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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