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다음의 (가) 제시문을 요약하시오.
가 식물은 볼 수 있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서로 의사소통도 한다. 그뿐 아니라 미세한 접촉에도 반응하고 아주 정확하게 시간을 잴 수도 있다.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식물의 싹은 틈새로 새어 드는 한줄기 빛을 향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식물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울타리꽃은 해질녘에 서쪽을 향하고 있지만, 밤 동안에 얼굴을 동쪽으로 돌려 새벽 햇빛을 받는다. 식물은 시간을 잴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지옥풀은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건드려야 닫히는데, 이는 수를 셀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들이 이러한 식물들의 극적인 생활과 능력, 그리고 예민한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식물들이 우리와는 다른 시간 단위에 따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우리가 맨눈으로 보아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식물의 삶을 우리 자신의 시각이 아닌 그들의 척도에서 접하는 순간 넓은 들이나 좁은 뜰에서 자라는 어떤 식물이든 전혀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제시문은 다음과 같은 두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독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간단한 팁을 하나 드리자면, 첫 번째 문단에 나와 있는 예시들은 어차피 두 번째 문단의 첫 번째 문장, 즉 <이러한 식물들의~> 부분으로 치환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어렵게 처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아서 받아주고 있으므로, 잊지 말아야겠지요. 예시란 반드시 다른 부분에서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요. 암튼 정리된 문장을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만 식물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이들의 살아있는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외연)
-그러므로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연)
물론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 내연은 두 번째 문장입니다. 우선 <외연+내연>의 순서대로 해보도록 하지요.
이와 같은 not A but B형태의 구조에서 <(가)는 지적한다, 그러므로 -라는 것이다.>와 같은 구조는 매우 흔하게 쓰이니 꼭 익혀두세요!
이것이 지난 시간에 설명드린 1-①번 패턴입니다. 글의 순서가 <외연+내연>이었으므로 연결관계에 따라 그대로 따라 써준 것뿐이지요. 제시문 (가)를 던지고, 그에 맞는 동사를 끼워 넣고, 두 번째 문장에서는 (가)라는 주어를 생략하고, <인 것이다>와 같이 내연임을 드러내는 표현을 써주었습니다. 마지막의 <있다는 것이다>는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1-(2)번 패턴 : 해석형 패턴
제시문에는 언제나 보기 좋게 <내연>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혹은 언제나 이해하기 좋은 연결관계가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채점자 맘이지요. 어차피 제시문이란 단 한 개만 단독 요약 출제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대개는 다른 제시문의 관계 속에서 출제됩니다. 그러므로 내연이 굳이 없더라도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 내연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없는 내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인용 동사형태는 더욱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보여주다/강조하다/드러내다/라는 것이다> 등등.
이런 경우 내연은 문제조건에 맞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게 살짝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제시문에 없는 내용을 내가 어찌 알아맞히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논술 문제란 이미 어느 정도의 답안 가이드를 가지고 나온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마음껏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답을 만들어내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독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내용을 소화한다면 내연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있지 않더라도 다른 제시문을 통해 유추가 가능한 것이지요.
물론 <외연+내연>으로 된 제시문도 해석형으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이 다소 논란이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외연+내연>으로 이미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연> 자체를 그저 <외연>으로 묶어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내연을 반복한 것과 같은 인상을 줄 수도 있지요.
<외연+내연>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쓴 이유는 첫째, 내연 자체가 <해석형>이거나, 둘째, 학생 스스로가 연결구조를 파악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전자의 경우 생뚱맞은 출제자가 예시를 하나 던져놓고 그 뒤에 자기가 알아서 해석을 해주는 제시문일 경우에 가능합니다. 후자의 경우 그냥 억지로 우겨넣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패턴 자체가 이미 논술 시장에서 굳어진 하나의 용례이므로 채점자가 알아서 이해해줍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는>이든 <이를 통해>든 반복된 주어 ‘제시문 (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보여주거나 강조하고 있는 주체는 분명 ‘제시문 (가)’입니다.
그렇다면 연습문제를 풀기 전에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참고사항을 살펴보지요. 이것은 실전에서 우리가 좀 더 매끄러운 글을 쓰기 위해서 알아두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1) 모든 요약의 분량은 외연이 결정한다.
간혹 학생들 중에는 ‘분량이 모자라요’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된 핵심적인 원인은 외연을 덜 뽑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분량은 외연이 결정해야 합니다. 외연은 더 늘어나도 상관없지만, 혹은 반복되거나 나뉘어질 수 있지만, 내연은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내연은 언제나 한 제시문에서 하나여야 하지요. 그러므로 <외연+내연>의 2문장 요약의 경우 분량을 더 늘리고 싶다면, <외연> 자체의 정보를 더 뽑아야 합니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뒤에 나오는 3번 요약을 통해 문장 수 자체를 늘려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정보를 정확히 꼼꼼하게 뽑아놓는 것이야말로 요약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길입니다. 그 넉넉한 정보를 수합(연결)하는 일이야말로 요약의 핵심이지요.
(2) 주어+동사 호응에 유의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시문 (가)와 인용동사는 반드시 호응이 일치해야 합니다. 그것의 호응이란 비단 ‘동사가 존재하느냐’뿐만 아니라 ‘능동/피동/사동이 적절한가’ 역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외연이나 내연의 S+V 역시 호응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잊지 말아야겠지요. 이것은 언제나 기본입니다.
(3) 외연과 내연의 비례는 대략 3:2이다.
간혹 보면 외연:내연을 3:1이나 4:1 정도로 쓰는 학생이 있습니다. 덜렁 내연만 뽑은 셈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달랑 내연만 등장할 리가 없습니다. 분명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적절한 내연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충분히 살려낸다면 그 비율은 3:2 정도가 됩니다. 여기서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전 그래도 분량이 안돼요. ㅠ. 어쩌죠?”
그렇다면 이런 꼼수도 있습니다. 내연을 <인간은 자율적인 동물이다>라고 해보죠. 명사형으로만 바꿔도 10자가 늘어납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내연에 덧붙일 정보를 좀 더 찾아내는 것이지요.
다음 시간에는 위에 말씀드린 <1-②번 패턴>의 실전 문제를 하나 풀어보고 나서, 최근 논술시험에서 학생들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3번 요약 패턴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호와 지난호에 연재된 1번 요약방식에 대해 정리된 pdf를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로 이름과 소속학교를 적어서 보내주세요.
이용준 < S·논술 인문 대표강사 sgsgnote@gmail.com</a>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