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하나

입력 2014-01-10 20:42   수정 2014-01-11 04:42

[ 정태웅 기자 ]
올해 6·4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지방선거 제도와 함께 교육감 선거 제도도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서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교육감 직선제가 각종 비효율과 폐해를 낳는다며 임명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도 이에 동조하면서 올해 고치기 어렵다면 완전 공영제라도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감 선출 방식은 그동안 임명제→간선제→직선제로 변화해 왔다. 1949년부터 1990년까지는 독립기구인 교육위원회가 추천하고 도지사와 문교부 장관을 경유해 대통령이 교육감을 임명했다. 1991년부터 1997년까지는 교육위에서 교육위원 가운데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1997년 12월부터 2006년까지는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당 1인 등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해 선출하는 간선제를 유지했다. 이때부터 교육감 후보자가 출마할 수 있었다. 2007년부터는 직선제가 도입돼 주민 직접투표로 교육감을 뽑아왔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아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투표하고 있고, 막대한 선거비용을 조달하느라 교육감들이 당선 이후에 각종 부정 비리에 연루되기 쉬우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폐해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자주성, 전문성 등 교육자치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헌법적 가치인 데다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감 직선제라는 논리를 편다.

이번 주 맞짱토론은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하나’를 놓고 찬성 측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와 반대 측 허종렬 서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가 나서 논리 대결을 펼쳤다.

찬성 - '깜깜이 선거' 비효율 양산…선진국은 임명제 채택 많아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글로벌화, 지방화, 다민족ㆍ다문화시대 등으로 표현되는 미래 교육환경의 변화는 지방교육 전반에도 예외 없이 새로운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를 차별 없이 양성하고 활용해서 지역발전의 주역이 되도록 하는 일은 지역민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삶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교육자치는 지방교육의 다양한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교육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따라서‘교육자 자치’ 내지 ‘교육관료 자치’로 잘못 이해ㆍ운영되고 있는 현 교육자치제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지방교육의 토대가 되는 현 지방교육자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이 있다.

현재 교육행정의 의사결정기구는 지방의회로 통합됐지만, 집행기구는 시ㆍ도지사와 별도로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제도로는 지방교육에 대한 주민의 책임성 확보도, 지방교육재정의 자주성 달성도, 그리고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간의 협력을 통한 교육서비스의 향상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한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이미 정치의 개입, 막대한 선거비용,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 등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교육 비리·편법 인사 '주범'…정치권보다 더 중립 훼손

교육감 직선제 이후 민선 교육감들의 도덕적 해이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 현 시ㆍ도교육감 17명 중 8명이 비리에 연루돼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 내지 수사 중이다. 교육계의 비리와 부조리 범위와 수준이 이 정도에 이르게 됐다면,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이 교육감 개인차원을 넘어 교육계 전반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 교육계에서 불거진 비리와 편법인사 문제의 중심에는 잘못된 현 교육감 선거제도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6ㆍ2지방선거를 통해 정당 관여를 배제한 가운데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을 모두 주민 직선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교육감 선거에 대한 제도상의 문제와 함께 선거관리상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선거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는 부작용이 심각했다. 지난 선거에서 후보들은 많게는 30억원이 넘는 선거비용을 썼다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는가 하면, 후보 1인당 평균 4억6000만원씩 ‘선거빚’을 졌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과정에서 교육정책과 공약 중심의 경쟁을 하기보다는 색깔론과 상호비방전으로 유권자의 무관심과 불신만 증폭시켰다. 결국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는 누가 누군지 모른 채 마구잡이로 찍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 혹은 후보 이름 게재 순서를 정당순서로 착각해 찍는 ‘일자 투표’가 됐다는 부끄러운 평가를 받을 정도다. 더욱이 교육감 선거가 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와 동시선거로 치러짐에 따라 중앙정치의 중간평가로 전락해 정치적 중립성은 처음부터 훼손됐다. 심지어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당선 후 교육이념이 서로 다를 경우 심한 갈등으로 이어져 결국 교육 수요자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겨 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선거는 앞으로 교육감 선거가 왜 달라져야 하는지, 어떻게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려주고도 남았다. 이제는 돈이 덜 들면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간 정책과 재정의 실질적인 연계를 할 수 있는 만큼 교육자치에 충실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창의적·다양한 지방교육으로 교육자치 실현 얼마든지 가능

그동안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된 대안으로 시ㆍ도지사가 청문회 등을 거쳐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임명하는 방안이 있다. 이 방식은 시ㆍ도지사가 교육수장 임명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교육행정에 관한 유능한 전문가를 교육감으로 임명할 때 교육행정의 질을 높이고 교육행정의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교육감이 되려고 하는 자가 선거권자나 정당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으므로 교육감은 오로지 합리적인 교육행정 처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일반행정과의 협조가 원활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교육행정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교육감 선출 방식은 교육의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교육자치가 지방자치의 큰 틀 속에서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 왔다. 또한 일반행정기구와 교육행정기구는 프랑스와 미국의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양 기구가 통합돼 있다. 그리고 교육감 선거제도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임명제 채택이 증가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교육감 선거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우리에게는 큰 시사점이 되고 있다. 즉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공천제가 전면 실시되고 있는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정당공천이 배제된 교육감 선거를 전국에서 동시에 치르는 것은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교육감 선거제도를 재정비하는 일은 비리로 얼룩진 교육감 때문에 위기에 놓인 교육자치를 바로잡고, 지방교육에 대한 지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와 국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국정과제가 됐다.

육동일 <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

반대 - 교육 자치는 헌법적 가치…공영제 확대로 보완 가능

헌법 제31조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방교육자치 제도의 중요 부분들이 올해 지방자치단체 선거 시점부터 사실상 폐기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교육자치의 상징이던 교육위원회 제도가 ‘일몰제’ 규정으로 폐지된다. 게다가 교육자치의 상징인 교육감 직선제도 논란을 빚고 있다. 2010년 교육감 직선제 이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교육감이 16개 시·도에서 10명에 달할 정도다.

임명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행 교육감 직선제는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로 막대한 선거비용을 조달하느라 비리 유혹에 빠지기 쉽고 시·도와 협력도 잘 안 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깜깜이 선거는 교육감 직선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선거공영제를 강화해 지방자치단체장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 등을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 로또 선거는 교호순번제 등의 개선책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마련하고 있다.

임명제 부활땐 전문성 위축…교육력 저하 가져올 것

둘째, 선거비용이 시·도지사 선거 못지않게 많이 들어가는데 교육감은 정당 후원을 받지 못해 자금 확보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선거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특정 지지세력의 자금을 받고 당선 후 그 대가를 지불한다거나 후보 단일화 과정에 금품이 오간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후원금 허용 한도를 대폭 확대하고 TV토론 기회를 늘리는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

셋째, 교육자치가 지방자치와 분리돼 교육에 대한 시·도지사의 지원과 협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해 교육 발전이 지체된다는 논리다.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가 교육이므로 교육을 지방행정에 통합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 1순위가 될 것이라는 게 임명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시·도지사들은 최근 관심사였던 보육을 1순위로 처우하고 있지 않다. 재원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넷째, 교육감 선임에 선거제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선거가 그 자체로서 정치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헌법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의 문제는 정당과의 관련 여하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협의의 의미다.

사람들은 교육감을 임명제로 하면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임명제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교육감 임명제는 교육자치의 포기이며 교육자치 62년 역사에서 39년간을 지배해온 과거로의 회귀다. 구체적인 문제점은 교육감의 행보가 주민의 의사보다 임명권자에 예속되는 점, 주민들의 요구인 자치 수요에 역행한다는 점, 교육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일반 행정에 의해 질식당하게 된다는 점, 임명과 연계한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학연과 지연 등에 의한 부적격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헌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지방교육자치는 ‘민주주의·지방자치·교육자주’라고 하는 세 가지의 헌법적 가치를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구를 절대시해 비정치기관인 교육위원이나 교육감을 정치기관의 선출과 완전히 동일한 방식으로 구성한다거나, ‘지방자치’의 요구를 절대시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가 교육위원·교육감의 선발을 좌우하는 방식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2000년도 결정이다.

셋째, 외국 사례가 임명제를 정당화는 것도 아니다. 선진국에서 임명제를 실시하는 주의 사례를 보면 임명제를 시행하는 곳은 이미 많은 자율성을 기초 단위 혹은 학교 단위에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 단위는 물론 시·군·구 교육자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폐지하면 자치시대 역행…문제점 없애며 발전시켜야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 전형적인 실례를 서울의 한 국제중학교에 대한 중앙정부의 퇴출론을 버텨낸 서울시교육감의 소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감은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엄중 처벌해야 하지만 학교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상 학교의 지정 취소 요건은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라며 “비리 때문에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면 많은 학교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감의 이런 판단은 타당한 것이다. 학교 운영진에 문제가 있다고 학교를 폐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교육감이 정당배제 직선제를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만약 러닝메이트제나 임명제였다면 이런 소신이 가능했을까.

교육감 선거에 부정과 비리가 있다고 해서 그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성급하다. 교육감 직선제를 전국 동시로 해본 것이 아직 한 번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자치는 자치경찰과 다르다. 전자는 헌법에 특별한 근거를 가진 것이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시·도지사가 자치경찰 다루듯 교육을 다루려고 해서는 안 된다. 헌법이 이를 특별히 규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가 임명제로 바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임명제에 따른 또 다른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점이지만 일반행정과 통합하면 교육이 지방정치권의 횡포에 휘둘려 학교교육의 자율성과 교원의 전문성이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39년간 임명제로 시달리던 교육이 자치권을 얻은 지 20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허종렬 < 서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

■ 읽을 만한 자료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연계를 위한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육동일, 한국지방자치연구 14(2), 2010)
△Educational Administration(Lunenburg & Ornstein, The Thomson Cor. 2008)
△지방교육자치시대의 교육감 선출과 권한에 관한 연구(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2011)
△교육자치수호 활동 추진경과보고서(전국교육위원협의회, 2007)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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