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곳 공무원 스마트워크센터 '텅텅'

입력 2014-01-10 21:06   수정 2014-01-11 04:08

현장 리포트

유연근무 위해 64억 들여 분당·서초 등에 세워
"안 보이면 노는 사람 취급…이용률 30% 그쳐"



[ 강경민 / 홍선표 기자 ] #1. 10일 오전 서울 방학동에 있는 도봉구청. 6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사무실이 눈에 띄었다. 내부는 24개의 칸막이 좌석 및 화상회의 시설이 갖춰진 회의실과 소파, 냉장고, 도서비치대까지 갖춰져 있었다. 정부가 2010년 11월 전국 최초로 개소한 도봉스마트워크센터다. 상계·중계·하계동 등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공무원들이 원격근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날 24개의 좌석 중 불과 2개 좌석에서만 공무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2. 같은 날 오후 2시께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9층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 2011년부터 6개 좌석으로 운영되다 이듬해부터 각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지난해 10월 총 48개까지 좌석 규모를 확장했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이곳을 이용하는 공무원은 5명에 불과했다.

○월평균 이용률 30%대 불과

정부는 2010년 11월 서울 도봉구청을 시작으로 분당, 서초, 일산, 부천, 수원, 인천, 잠실, 구로 등 9곳에 거주지형 스마트워크센터를 차례로 개소했다. 세종·서울·과천 청사 및 국회와 서울역 등 5곳엔 출장형 스마트센터를 구축했다. 시행부처인 안전행정부가 14곳의 스마트워크센터 구축을 위해 들인 예산은 모두 64억원이다.

스마트워크는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선택제, 시간제근무, 재택근무제 등을 비롯한 유연근무제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2012년부터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함께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스마트워크 근무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해왔다.

하지만 스마트워크센터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활용률은 저조하다. 안행부가 집계한 지난해 스마트워크센터 이용률은 61.9%였다. 전체 좌석 수 대비 이용객 수 비율이다. 이용객 수는 스마트워크센터에 입장한 공무원 수를 기준으로 한다. 이렇다 보니 출장 등에 따른 긴급 업무처리를 위해 5분 동안 이용하더라도 활용률에 포함된다. 원격근무를 활성화하겠다는 스마트워크센터 구축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주택가 인근에 자리잡은 거주지형 스마트워크센터의 활용률은 훨씬 낮다. 안행부에 따르면 거주지형 스마트워크센터의 월평균 이용률은 30%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직문화 바뀌어야 활성화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만족하지만 원격근무를 신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A부처 사무관은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하니 집과 가까워 편리하지만 사무실로 복귀하면 상사들이 꼭 놀다가 온 사람처럼 보곤 한다”고 털어놨다. B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유연근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무원 특유의 조직문화를 고려한다면 시기상조 같다”고 지적했다.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유연근무제 활성화에 나선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본청 1만여명의 직원 중 스마트워크 근무를 신청한 공무원은 24명에 불과하다.

결국 공무원 사회의 조직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스마트워크센터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안행부 스마트서비스과 관계자는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일하려는 국·과장급 간부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스마트워크센터 활성화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행부는 지난해 11월 스마트워크 등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부처 내부에선 알맹이 없는 구호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99년 원격근로활성화법을 제정하는 등 이미 10여년 전부터 스마트워크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2년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부산 연제구)이 원격근무 활성화를 목표로 발의한 ‘스마트워크촉진법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강경민/홍선표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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