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단기 시세 조종 '기승'…"미확인 정보 주의 당부"

[ 정혁현 기자 ] # 1. 단타 매매를 주로 하는 전업투자자 A씨는 다수 계좌를 개설해 유통 주식 수가 적은 특정 종목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물량을 확보한 뒤 조금씩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 이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음날 장 개시 전 대량의 허수 호가를 제출해 예상 체결가를 높인 후 보유 물량을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겼다. 다른 종목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반복적으로 취했다.

# 2. 투자자 B씨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같은 종목에 수분 이내 매수·매도 주문을 동시에 내는 가장매매를 체결해 특정 종목의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꾸며 시세를 조종했다. 1~2틱 이내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조금씩 반복적으로 챙겼다.

지난해 주식·파생상품시장에서 초단기 시세조종이 기승을 부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세조종 불공정 거래 혐의는 지난해 143건으로 전년 92건보다 55.4% 늘어났다. 이 중 초단기 시세조정에 해당하는 건수는 79건으로 확인됐다. 2~3일간에 걸쳐 시세를 조종하던 방식에서 매매 거래일 중 작전을 종료하는 초단기 시세조종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초단기 시세조종은 주식시장에서 46종목, 파생상품 시장에서 33종목에 걸쳐 이뤄졌다.

부정거래 등 다른 유형의 불공정 거래 혐의가 매년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시세조종을 통한 불공정 거래는 초단기 시세조종 기승 탓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공시' 등을 통한 부정거래는 지난해 47건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54건)과 보고 의무 위반(10건)을 통한 불공정 거래 혐의도 각각 26%, 41.2% 줄었다. 단기매매 차익 반환 불공정 거래 혐의 건수도 2건으로 50% 적어졌다.

거래소는 초단기 시세조종에 대한 심리를 대폭 강화했다. 새로운 형태의 다수 계좌를 활용한 초단기 시세조종, 일임재산 운용 관련 기관 투자자의 시세조종, 유관기관과의 공조 사건 등을 중점 감시한 결과, 지난해 혐의 통보계좌와 이를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득한 추정 금액은 각각 전년 대비 88.1%, 25.8% 증가한 4707개, 2988억 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소 측은 앞으로도 시세조종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김윤생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심리부 팀장은 "시장 모니터링을 통한 예방 조치 요구 등 불공정거래 사전 예방 활동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불공정거래 징후 발견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 등을 통한 루머 유포 및 다수 계좌가 관여된 초단기 시세조종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 시 미확인 정보 등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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