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작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네요. 미국 경제가 살아난 것 같아요.”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한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행사장에 사람이 넘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개막 첫날부터 어딜 가도 긴 줄을 서야 했다. 전시장에서 다른 콘퍼런스가 열리는 호텔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앞 대기줄은 200m 넘게 이어졌다.
CES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미국 경기 회복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엔 반가운 현상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날수록 한국 제품 수출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마냥 기뻐할 일도 아니다. 미국 경기 회복이 예전과 같은 내수 증가에 힘입은 게 아니라 제조업이 주도하는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 회복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2009년 10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낮은 규모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월 수출은 1949억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 경제 회복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제조업 부활’을 외쳐왔다.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해온 미국에서 제조업이 부활하면 우리 수출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 힘겹게 경쟁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이미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오른 국내 기업들이야 환경변화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조정하면 되지만 다른 국내 기업들은 미국 시장 수출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래도 돌파구는 있다. CES에서 확인됐듯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다. 게리 샤피로 전미가전협회(CEA) 회장은 “커넥티드(연결된) 자동차, 웨어러블(입는) 기기, 그리고 3차원(3D) 프린팅 등 이종 산업 간의 융합으로 가전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연히 미국 경기 회복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혁신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올해 CES는 혁신이 결국 기업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란 점을 다시 확인해준 장이었다.
윤정현 라스베이거스/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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