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역풍에 '의료 민영화 반대' 접은 의협…파업명분 퇴색

입력 2014-01-12 20:40  

힘 빠진 의사 파업

민영화 놓고 의사들간 이견…결속 쉽지 않아
의협 "정부와 협상…진전 없으면 3월3일 총파업"
원격의료·진료비 인상이 협상 핵심이슈 될 듯



[ 김용준/이준혁 기자 ]

‘의료 민영화’ 논란을 야기하며 파국으로 치닫던 의사들의 파업 움직임이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의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3월3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당초 즉각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의협은 또 범의료계 공동 투쟁의 가장 큰 명분이었던 ‘의료 민영화’라는 표현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

주말 내내 의협과 정부는 숨가쁘게 움직였다. 지난 11일 오후 의사들이 파업출정식을 진행하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후 7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맞섰다. 이어 12일 오전 노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겸허하게 대화에 임해달라”고 요구하자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조속히 대화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주말을 거치면서 양측이 내린 결론은 협상이었다.

의협의 태도 변화가 협상 분위기를 만들었다. 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날짜를 늦추고, ‘정부와의 협의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라는 단서 조항까지 달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도가 약해진 것은 파업의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초 의사 파업 논의에 불을 댕긴 것은 원격진료와 병원 자회사를 통한 영리사업 허용 방침이었다. 의협은 영리사업 허용 이슈를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만들어 동력을 확보했다. 노 회장은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자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영화 반대는 회원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그동안 의사들은 헌법소원까지 내며 줄곧 민영화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영화란 건강보험 환자를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 즉 당연지정제 폐지를 말한다. 이날 노 회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한 의사들은 “의료민영화 반대는 관치의료를 의미한다. 그러나 노 회장은 이미 의료민영화 반대를 위해 자해의 칼을 든 사람의 상징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의협은 “앞으로 의료민영화란 말은 쓰지 않기로 했고, 의료영리화로 표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영화 반대’란 구호를 내려놓는 순간 보건의료노조의 지지와 내부 결속이라는 파업의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앞으로 협상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협상의 구체적인 의제와 조건을 제시해 정부가 응하면 협상하겠다”며 “정부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중단, 건보제도 개혁 의지 등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격진료와 진료비(수가) 인상 두 가지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문 장관은 “수가가 낮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 이를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밝혔다. 또 “원격진료 문제도 법제화 과정에서 의협의 적정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사들은 원격의료를 받아들이고, 정부는 수가를 올려주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준/이준혁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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