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포화…CEO가 해외진출 앞장
하나·기업·우리·신한銀 인도네시아 공들여
필리핀·베트남 등 묶어 '제2 내수시장' 으로
[ 장창민/박신영/김일규 기자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다음달 20일부터 카타르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를 방문한다. 현지 은행 및 건설회사 등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현지 진출 계획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달 말 미얀마 출장길에 오른다. 미얀마 정부가 외국계 은행의 현지 법인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여기에 국내 은행들도 포함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의 새해 화두는 해외진출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 카드사 캐피털사 등도 모두 해외진출을 내걸고 있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해외진출을 독려해온 금융당국 수장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동남아지역 경쟁적 진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내놓은 올해 경영전략의 공통점은 해외진출이다. 해외진출을 통해 저수익 구조를 깰 수 있는 새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이들의 해외진출 전략은 주로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큰 인도네시아 시장 선점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해외 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캐피털사 등 비(非)은행 부문을 인수합병(M&A)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할부금융을 제공하는 캐피털사의 성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추진할 방침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만큼 기업 자금조달 창구 확대를 위해 현지 영업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은행은 작년 말 인수 승인을 받은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 통합 작업을 연내 마무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지분을 사놓은 인도네시아 메트로익스프레스은행 인수 승인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현지 영업체제를 갖춘다는 전략을 짜놨다.
은행들은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도 적극적인 M&A 등을 통해 ‘동남아시아 벨트’를 구축, 이 지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하나·외환은행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소액대출 금융회사(마이크로 파이낸스)’를 M&A하거나 다른 금융회사와의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연내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국민은행은 중국 상하이 분행(分行·지점) 설치와 동남아 진출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정치·경제적 리스크도 따져야
은행들이 동남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등 8개국의 금융시장 규모는 2012년 말 기준 1조9700억달러(약 2100조원)에 이른다. 2009년과 비교해 64.3% 급증한 규모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51.2% 증가해 시장의 잠재력도 높은 편이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CEO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작년 11월 부랴부랴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해 특별히 부탁한 사우다라은행 인수 승인건에 대해 협의하자는 통보를 현지 중앙은행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담판이 있은 후 2개월 만인 지난 2일 우리은행은 승인 통지를 받았다.
신제윤 위원장이 바쁜 일정을 쪼개 미얀마와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 위원장은 “정부에서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적인 동남아 진출에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외국 자본에 대한 정서적 반감과 인허가의 어려움 등 여러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정치적·환경적 변수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창민/박신영/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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