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 ]
“환율 등의 대외적인 변수도 문제지만 과징금 때문에 더 걱정이다. 지난해 말 백판지가 걸렸지만 다음 타깃은 골판지업계라는 얘기가 있다.”(박원희 아세아제지 사장)
정보기술(IT) 발전과 스마트기기 확산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제지업계가 새해 들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난과 과당 경쟁으로 인한 재고 증가에 정부의 과징금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인쇄용지 재고
제지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재고 문제다. 특히 인쇄용지 쪽 상황이 심각하다. 12일 인쇄용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현재 국내 인쇄용지 재고량은 총 31만9545에 달한다.
A사 관계자는 “10월까지 누계 생산량은 272만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6% 줄었지만 오히려 재고는 43.4% 증가했다”며 “국내 수요는 줄고 수출도 신통찮아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재고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관련 업체들이 생산을 늘려도 팔 데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동을 멈추지 않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재고가 적정 수준의 두 배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공동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가격 폭락으로 인한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산업용지 업체는 ‘과징금 폭탄’
업황이 그나마 좋은 백판지·골판지 등 산업용지 분야에서는 ‘과징금’이 걱정거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한솔 깨끗한나라 세하 신풍제지 한창제지 등 5개 백판지(과자 등의 포장지로 쓰이는 얇은 산업용지) 제조업체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105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법인과 담당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36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솔제지는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다. 이상훈 한솔제지 사장은 “거액의 과징금을 한꺼번에 내야 해 현금흐름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골판지(두 장의 판지 사이에 물결 모양으로 골이 진 종이를 붙인 포장용 판지)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기색이다. 아세아제지 대양그룹 삼보판지 태림포장 등 골판지업계는 제지업에서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세수 부족을 메워야 하는 정부가 업황이 더 좋은 골판지 쪽도 조만간 훑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신문용지는 환율 걱정
신문용지 수출업체들은 환율이 우환거리다. 박종운 전주페이퍼 경영기획실장은 “연간 2억5000만달러어치의 폐지를 수입해 4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은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연간 약 15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유팩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패키지(한국제지 계열)는 적정 원·엔 환율을 100엔당 1030원으로 잡고 올해 사업계획을 짰으나 최근 9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비상이 걸렸다.
회사 관계자는 “환헤지를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환율 하락은 그대로 손익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수출기업으로서는 환율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3중고에 당장 대응할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제지업계의 고민이다. 최병민 제지연합회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업계의 화합과 협력이 어느 해보다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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