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대사관 직원이 불법 외환 거래하다 적발

입력 2014-01-13 15:46   수정 2014-01-13 15:47

허위 신분이나 다른 사람의 신원으로 만든 위명 여권으로 국내에 들어와 자국 대사관 공관원으로 일하며 수백억원대 불법 외환 거래 영업을 한 전직 주한 키르기스스탄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위명 여권을 사용하고 속칭 ‘환치기’로 불리는 불법 외환 거래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D씨(35)를 지명수배했다고 13일 발표했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일을 한 남동생(26)을 구속하고 아내 M씨(32)는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 체류 중인 키르기스스탄인들을 상대로 433억여원의 외환 거래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D씨는 2004년 7월 단기상용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불법 체류자로 지내며 국산 중고 건설장비 수출업을 하고 있었다. 비슷한 일을 하다 결혼한 아내 M씨는 D씨의 형이 운영하는 키르기스스탄 건설장비 회사의 한국사무실 운영을 맡았고 이후 한국 지인의 도움으로 위명 여권을 만든 남편을 국내로 초청했다.

신분을 바꿔 2008년 한국에 재입국한 D씨는 주한 키르기스스탄 대사관 노무관 자격으로 공관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서울 쌍림동에 키르기스스탄 문화원이란 간판을 내걸고 불법 외환 거래를 부업으로 삼았다. 국내 체류 중인 키르기스스탄인들은 은행보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D씨 부부에게 송금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D씨의 동생도 이미 2006년 국내에서 열린 국제유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인 것처럼 들어왔다가 불법 체류 중이었다. 동생도 공관원인 형의 도움으로 신분을 바꿔 2010년 한국에 돌아와 국내 대학 어학당 학생 신분으로 형의 일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체류자가 신분 세탁 후 국내 대사관에서 공관원 생활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D씨를 추적했으나 그는 지난해 7월 본국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외교부 등을 통해 대사관과 접촉할 계획이며 인터폴에도 수배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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