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충 등 124위 순교자…시복행사 가을께 이뤄질 듯
[ 서화동 기자 ] 염수정 추기경 임명으로 2012년 은퇴한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복수 추기경 시대를 다시 연 것은 한국 천주교의 높아진 위상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추기경이 새로 임명된 나라는 한국과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뿐이다. 정 추기경도 13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추기경 임명 발표식에서 “한국 교회의 위상에 걸맞게 새 추기경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교회사에서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인 드문 경우다.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인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신해·신해·기해·병인박해 등 네 차례의 박해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순교하거나 유배되는 등 신앙을 지키기 위해 희생했다. 그 결과 이미 103위의 순교자가 성인품에 올랐고, 윤지충 등 124위의 순교자에 대한 시복(諡福)청원에 대한 심사가 마무리돼 올 가을쯤 시복행사가 국내에서 열릴 것으로 천주교계는 기대하고 있다. 시복이란 성인 바로 아래 단계인 복자의 품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한국 천주교는 또 전통적인 기독교 문화권이 아니면서도 해외 선교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고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도 세계 8~9위권에 드는 등 세계 가톨릭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종교와 달리 신자 증가세도 꾸준하다. 2012년 말 현재 한국 천주교의 신자 수는 536만명. 2002년 434만명에 비해 23.5% 늘어난 수치로, 총 인구의 10%를 돌파했다.
이번 추기경 임명은 이 같은 한국 천주교의 발전상과 위상이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향후 아시아와 세계 교회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와 요청이 담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향하는 바대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한국 천주교가 보다 많은 일을 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이날 발표한 축하 메시지에서 “역동적인 가톨릭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한국 교회는 바깥으로 바라보며, 보편 교회를 향하여, 선교 국가들을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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