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펀드들, 정책 따라 투자처 갈아타다 '낭패'
[ 김보라 기자 ]
지난해 헤지펀드 업계는 ‘전략’보다 ‘찍기’가 통한 한 해였다. 고도의 매도·매수 전략을 구사했던 스타 헤지펀드들은 실적 하락의 쓴맛을 본 반면 몇 개의 주식을 꼽아 우직하게 베팅한 펀드의 실적은 좋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는 약 30% 급등하는 랠리를 펼쳤다. 펀드정보업체 HFR에 따르면 지난해 종목을 선별한 헤지펀드는 평균 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경제정책에 따라 자금 차입을 통해 채권이나 원자재 등 투자처를 자주 바꾸는 등 특정 전략을 구사한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9.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동안 헤지펀드들이 시장 평균을 넘어서는 고수익을 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알퍼 인스 팜코 파트너는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시장을 따라가면서 때때로 큰 수익을 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침체는 대다수 헤지펀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 시사가 반복된 것과 원자재 가격 폭락도 악재였다. 특히 글로벌 거시경제 변동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글로벌 매크로펀드는 2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유럽의 대표적 매크로 헤지펀드이자 세계 3위 헤지펀드인 브레반하워드(회장 알란 하워드)는 지난해 11월까지 3%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원자재펀드에서 4%, 이머징마켓펀드에서 12.8%(24억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캔타브 CCP퀀타터티브펀드 27.7%, 블루크레스트 블루트렌드펀드 8.7%, 캑스톤어소시에이츠는 3.4%의 손실을 냈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매크로 헤지펀드인 코맥은 손실 규모가 8.9%에 달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도 2년 연속 실적이 부진했다. 대표 펀드인 알파펀드는 5.3%의 수익을 거뒀지만, 올웨더펀드는 3.9%의 손실을 봤다. WSJ는 “올웨더펀드가 주식과 채권에 리스크를 똑같이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고, 지난해 5월 Fed가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뒤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인 탓에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스타덤에 오른 헤지펀드업계의 거물 존 폴슨도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폴슨이 운영하는 어드밴티지플러스펀드는 지난해 20% 이상의 손실을 봤다.
반면 ‘족집게식’으로 특정 주식에 투자한 펀드는 높은 수익을 올렸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영국의 칠드런스인베스트먼트펀드매니지먼트(TCI·회장 크리스 혼)는 지난해 2005년 이후 최고 성적인 47%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주가가 89% 급등한 에어버스그룹과 일본 담배회사 재팬토바코, 프랑스 엔진제조사인 사프란 등에 투자한 성과다.
미국 웨일록캐피털매니지먼트도 눈에 띈다. 웨일록캐피털은 피델리티 투자포트폴리오 매니저였던 알렉스 새서도트가 2006년 만든 회사다. 넷플릭스와 링크트인, 판도라미디어 등 정보기술(IT) 기업에 집중 투자해 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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