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주엔 그림자가 드리워진 반면 대형마트주와 홈쇼핑주의 표정은 비교적 밝다. 의류·화장품주는 영향권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다.
지난 13일 정부는 수입품의 과도한 가격 산정을 막기 위해 '수입부문 경쟁 제고 방안'을 3월까지 마련키로 했다. 병행수입 활성화와 통관인증 기준 완화 등이 골자다.
병행수입은 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가 물건을 들여와 파는 방식. 병행수입이 늘어나면 동일 제품 간 가격경쟁이 이뤄져 수입의류, 화장품의 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14일 증권업계는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 결정에 따른 영향이 즉각적이지는 않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 SK네트웍스·LG화학 "병행수입 껄끄럽네"
백화점주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에서 의류와 화장품 비중이 높아 가격 경쟁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병행수입 활성화는 백화점주에 부정적"이라며 "백화점은 패션과 화장품에서 판매수익이 많이 나기 때문에 가격경쟁에 따른 매출 부진이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상위급 명품의 경우 업체 측에서 물량 관리에 들어가 병행수입 활성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행수입 활성화에 따른 '아울렛' 성장으로 백화점 매출 타격을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병행수입을 통해 들어오는 제품은 주로 아울렛에서 취급하는 이월 상품이나 제고 상품으로 백화점과는 차이가 있다"며 "병행수입 활성화가 아울렛의 상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여 백화점주의 실적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에서 해외 브랜드 비중이 높은 의류 업체도 병행수입이 반갑지 않다. 업계는 해외 의류 브랜드 비중이 높은 신세계 인터내셔날과 SK네트웍스는 병행수입 활성화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해외브랜드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섬, LG패션 역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이마트·롯데마트 '활짝'
대형마트주는 병해수입 활성화가 호재다. 2011년부터 병행수입 판매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온 대형마트들이 병행수입 활성화에 따른 수혜를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히트 상품 3위는 병행수입 의류가 차지했다. 이마트는 백화점에서 100만~150만원에 팔리던 '캐나다구스' 패딩을 병행수입을 통해 70만원 대까지 낮춘 가격으로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마트의 병행수입 매출은 2012년 260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급증했다.
롯데마트도 2012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원의 병행수입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도 이들 대형마트들은 병행수입 품목을 대폭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마트의 병행수입 제품은 이벤트성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고 전체 매출액에서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큰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홈쇼핑주와 온라인쇼핑주도 병행수입 활성화가 기회다. 병행수입 제품이 채널의 상품 믹스 기반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을 기반으로 하는 해외직접구매 시장의 성장세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온라인쇼핑몰을 통한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접구매액은 1조원에 달했다.
화장품주와 의류주의 경우 병행수입의 영향권 밖이라는 의견이 많다. 화장품과 의류는 제품 특성상 가격보다 개인의 기호가 매출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소비자 개인의 브랜드 충성도가 강하고, 고가의 제품일수록 충성도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
김혜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국산 화장품과 수입 화장품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고 별개의 소비층을 보유하고 있다"며 "병행수입 활성화로 수입 화장품의 가격이 떨어져도 국산 화장품 업체의 매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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