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선진국 정상들의 세일즈 전쟁

입력 2014-01-14 20:30   수정 2014-01-15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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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 남윤선 기자 ] 영국 행정부는 매년 12월4일 이듬해 연례전망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지난해는 예외였다. 같은 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가 일정까지 미루며 중국에 고개를 숙이느냐”고 비난했다. 올 들어 야당의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영국 은행들이 잇따라 중국 기업의 채권발행을 유치하면서 짭짤한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굴욕외교’의 열매는 달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돈 보따리’를 들고 아프리카를 방문 중이다. 돈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심을 사서 집단적 자위권의 부활로 요약되는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속내다. 아베 총리는 한국 중국 등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국가들의 비판적 시각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인도 등 신흥국은 물론 아프리카와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곳곳을 누볐다. 돈 될 만한 곳이나 우호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곳은 가리지 않고 찾은 것이다. 가는 곳마다 거액의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다. 아프리카에선 케냐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 항구를 건설해 주기로 했다. 남수단 등 인근 국가에서 나오는 지하자원의 유통을 선점하겠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중국식 발전모델의 강점을 설파하며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주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10여개 국가를 순방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외교적 입지와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다. 주요국 정상들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세일즈 외교 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개국을 방문했다. 미국과 중국,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주변 강국이거나 선진국이 전부였다. 박 대통령은 15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인도와 스위스를 잇달아 국빈 방문한다. 신흥국 중에는 인도가 처음이다. 정치는 물론 산업적인 측면에서 정상외교가 중요하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신흥국에선 더 힘을 발한다. 박 대통령이 활발한 신흥국 세일즈 외교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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