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는 물은 어떨까. 정수장에서 생산된 물이 가정의 수도꼭지까지 오기 위해서는 긴 급수관을 거쳐야 한다. 급수관들은 땅속에 묻혀서 수십 년을 지낸다. 땅은 계절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기 때문에 급수관도 이음새 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는 양은 수도꼭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급수관 누수량은 연간 6.7억㎥에 이른다. 4500억원 규모다. 국내 수도관 총 16만8000㎞ 중 20년 이상 된 노후관이 4만3000㎞에 이른다.
수도관 유지보수는 투자라고 봐야 한다. 수돗물 공급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2001년에서 2011년 사이 전국 평균 누수율은 3.5% 줄어든 반면 생산 원가는 142% 올랐다. 그러나 서울은 2001년 13.9%였던 누수율이 10년 새 3.8%로 떨어졌고, 생산 원가 인상률도 114%에 그쳤다. 노후관 정비를 통해 서울 시민들은 그만큼 싸게 수돗물을 이용하고 있다.
또 2011년 서울시 등 특별·광역시의 평균 누수율은 7.4%인 반면 9개 도지역은 17%에 이른다. 특별·광역시의 t당 수돗물 생산비용은 689원인 데 반해 도지역은 1031원으로 50%가량 많이 든다.
우리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에는 신경을 쓰면서 정작 큰 손실을 가져오는 땅속 누수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관망 관리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송·배수 시스템에 상수도 사업비 중 70%의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물이 새지 않게 돈을 쓰는 게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형준 < 단국대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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