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화동 기자 ] 인류가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해왔다면 현재 우리가 가진 유전자는 과거보다 우수해져서 훨씬 더 건강하고 질병에 덜 걸려야 한다. 그런데 왜 천식이나 아토피 같은 비정상적 면역 반응에 의한 질환은 더 늘어나고 암과 당뇨, 고혈압 환자는 그렇게도 많을까.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실 주임교수인 저자는 《질병의 탄생》에서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환경의 변화와 유전자의 적응 사이에 나타나는 시간 차이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수백만년 동안 수렵채집의 환경에 적응해온 인류의 유전자가 최근 1만년 동안 이뤄진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건강성을 잃고 질병에 걸리게 됐다는 것.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어제까지의 세계》에 따르면 인류 역사 600만년을 1년으로 축소했을 때 농경목축은 12월31일 오전 6시, 산업혁명은 오후 11시40분에 일어났다.
따라서 질병을 설명하려면 유전자뿐만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책에서 먹거리, 기후 변화, 햇빛, 오래달리기, 술, 담배, 산업혁명, 화석연료 등 질병을 탄생시킨 환경요인 8가지를 다루면서 전염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현대인이 많이 앓는 주요 질병이 문명 이후 급증한 것에 어떤 요인이 작용했는지 설명해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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