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NH농협금융지주
쟁쟁한 경쟁자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대도약의 발판 마련
올해 확장경영 본격 시동…자산 300조 돌파 목표
PF 부실대출 대부분 정리…수익·건전성 점차 개선
실력 중심 인사 등 내부 개혁도 본궤도에
[ 김일규 기자 ]
‘덩치만 큰 곰이란 말은 이제 잊어주세요.’
농협금융지주가 2012년 3월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지 약 2년 만에 금융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으로 있던 시절에도 어떤 금융회사 못지 않은 덩치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금융회사도 경쟁 상대로 꼽지 않았다. 덩치만 컸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최근 혁신과 변신을 거듭하며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소속 자회사 3곳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인수를 앞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조직 문화, 경영 전략, 인사 방침 등 회사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 덕분이다.
○‘우투’라는 날개를 달다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작년 12월24일 저녁 7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서울 새문안로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선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이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다. 우투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 등 매물로 내놓은 자회사 3곳의 새 주인을 정하기 위해 소집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몇 시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난상토론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시곗바늘이 저녁 8시로 치달을 즈음 농협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사실 몇 달 전 인수전에 뛰어들 때만 해도 금융가에서는 농협금융이 KB금융지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온갖 회의론을 불식하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전 농협 조직이 오랜만에 뜻을 모으고 치밀한 전략을 실행한 결과였다.
인수대상 중 특히 우투증권은 농협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금융에 부족했던 부분을 우투증권이 보완해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올해 ‘자산 300조 시대’ 연다
농협금융은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됐다. 우투증권 인수 후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290조원 규모로 신한, KB, 하나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1위사가 된다. 보험사도 금융지주 계열 가운데선 1위다.
농협금융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으로 개선된다. 은행에 대한 자산이나 순익 의존도가 낮아지고 비은행 부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농협금융은 올해 확장 경영을 통해 총자산 300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은행-증권-생명-카드-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최적의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카드사업 부문의 경영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생명보험은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특히 신설 3년째를 맞아 경쟁사 수준으로 영업점을 늘리고, 설계사를 확충한다.
○“건전성, 수익성 빠른 속도로 회복 중”
도약의 전기를 잡았지만 해묵은 문제들이 한 번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골칫거리로 떠안고 있는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위기를 전후해 PF 대출의 위험성을 인식한 시중은행들이 서둘러 발을 빼는 와중에 농협은행은 관련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금융사라는 오명도 생겼다.
하지만 PF 대출에 발목을 잡힌 암흑기가 지나고 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매년 1조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은 덕분에 대부분의 부실 PF가 정리됐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준인 8000억원으로 잡았다.
임 회장은 “금융사의 첫 번째 덕목은 언제나 건전성”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경쟁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하면서까지 시스템 개선에 힘을 쏟은 것도 그런 생각에서다. 덕분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임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2분기 말 2.28%에서 3분기 말 1.92%로 0.36%포인트 낮아졌다. 나아가 농협금융은 올해를 리스크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실 인사 타파 등 내부개혁 본궤도
은행 등의 인사는 전통적으로 외풍을 많이 타기 마련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부인할 수 없는 금융가의 어두운 이면이다. 그중에서도 농협금융은 ‘정실 인사’로 유명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 인사에서도 과거와 달라졌다. 말단부터 고위 임원까지 최근엔 실력 중심의 인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단행된 인사에서는 우수한 영업실적을 인정받은 지점장이 지부장,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행장으로 발탁된 사례도 등장했다. 성실하고 실력 있는 비정규직을 정식직원으로 특채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산 사고의 단골’이라는 오명도 올해는 떨치겠다는 각오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에 위탁·운영했던 전산업무를 얼마 전 농협은행으로 이관해 왔다. 불분명했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관리수준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쟁쟁한 경쟁자 제치고 우리투자증권 인수…대도약의 발판 마련
올해 확장경영 본격 시동…자산 300조 돌파 목표
PF 부실대출 대부분 정리…수익·건전성 점차 개선
실력 중심 인사 등 내부 개혁도 본궤도에
[ 김일규 기자 ]
‘덩치만 큰 곰이란 말은 이제 잊어주세요.’
농협금융지주가 2012년 3월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지 약 2년 만에 금융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사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부문으로 있던 시절에도 어떤 금융회사 못지 않은 덩치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금융회사도 경쟁 상대로 꼽지 않았다. 덩치만 컸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최근 혁신과 변신을 거듭하며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 소속 자회사 3곳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인수를 앞두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조직 문화, 경영 전략, 인사 방침 등 회사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 덕분이다.
○‘우투’라는 날개를 달다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작년 12월24일 저녁 7시.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서울 새문안로 농협금융지주 본사에선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이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다. 우투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 등 매물로 내놓은 자회사 3곳의 새 주인을 정하기 위해 소집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몇 시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난상토론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시곗바늘이 저녁 8시로 치달을 즈음 농협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사실 몇 달 전 인수전에 뛰어들 때만 해도 금융가에서는 농협금융이 KB금융지주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온갖 회의론을 불식하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전 농협 조직이 오랜만에 뜻을 모으고 치밀한 전략을 실행한 결과였다.
인수대상 중 특히 우투증권은 농협금융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금융에 부족했던 부분을 우투증권이 보완해 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올해 ‘자산 300조 시대’ 연다
농협금융은 본격적인 시장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됐다. 우투증권 인수 후 농협금융의 총자산은 290조원 규모로 신한, KB, 하나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1위사가 된다. 보험사도 금융지주 계열 가운데선 1위다.
농협금융 전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으로 개선된다. 은행에 대한 자산이나 순익 의존도가 낮아지고 비은행 부문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농협금융은 올해 확장 경영을 통해 총자산 300조원을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은행-증권-생명-카드-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최적의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카드사업 부문의 경영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생명보험은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특히 신설 3년째를 맞아 경쟁사 수준으로 영업점을 늘리고, 설계사를 확충한다.
○“건전성, 수익성 빠른 속도로 회복 중”
도약의 전기를 잡았지만 해묵은 문제들이 한 번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골칫거리로 떠안고 있는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다. 위기를 전후해 PF 대출의 위험성을 인식한 시중은행들이 서둘러 발을 빼는 와중에 농협은행은 관련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금융사라는 오명도 생겼다.
하지만 PF 대출에 발목을 잡힌 암흑기가 지나고 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매년 1조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은 덕분에 대부분의 부실 PF가 정리됐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올해 순이익 목표를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수준인 8000억원으로 잡았다.
임 회장은 “금융사의 첫 번째 덕목은 언제나 건전성”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경쟁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하면서까지 시스템 개선에 힘을 쏟은 것도 그런 생각에서다. 덕분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임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2분기 말 2.28%에서 3분기 말 1.92%로 0.36%포인트 낮아졌다. 나아가 농협금융은 올해를 리스크 관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실 인사 타파 등 내부개혁 본궤도
은행 등의 인사는 전통적으로 외풍을 많이 타기 마련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부인할 수 없는 금융가의 어두운 이면이다. 그중에서도 농협금융은 ‘정실 인사’로 유명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 인사에서도 과거와 달라졌다. 말단부터 고위 임원까지 최근엔 실력 중심의 인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단행된 인사에서는 우수한 영업실적을 인정받은 지점장이 지부장,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행장으로 발탁된 사례도 등장했다. 성실하고 실력 있는 비정규직을 정식직원으로 특채해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전산 사고의 단골’이라는 오명도 올해는 떨치겠다는 각오다. 농협금융은 그동안 농협중앙회에 위탁·운영했던 전산업무를 얼마 전 농협은행으로 이관해 왔다. 불분명했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관리수준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