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노동력 규모와 취업자 및 실업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자료를 정기적으로 만들고 있다. 일자리는 해당 개인과 가족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노동력이라는 중요한 생산요소가 원활히 활용되고 있는지에 따라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 국제수지 상황 등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용통계는 여타의 경제지표보다 그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용통계는 한 국가의 인구를 경제적 측면에서 분류하여 구분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고용통계는 한 국가의 전체 인구가 아닌 노동 투입이 가능한 ‘15세 이상 인구’를 노동가능인구라 하여 가장 광의의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15세 이상이라 할지라도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군인과 수감자는 노동가능인구에서 제외하여 실질적인 노동력으로써 가치가 있는 대상만을 고용통계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고용통계는 국가 전체의 인구 규모보다는 생산활동 참여가 가능한 인구의 규모를 측정하고, 이를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사람을 경제활동인구로, 그리고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비경제활동인구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다양한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면서 동일한 경제활동을 수행하였지만 고용통계상에서 과거와 달리 분류되어야 하는 경제활동이 생겨나고 있다. 특정 경제활동의 경우에는 이를 고용 통계상에서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 또한 더러 있는 듯하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일 것이다.
온라인 전자게임 전문선수
프로게이머란 운동선수처럼 온라인상에서 구현되는 전자게임을 근거로 하여 선수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인 운동선수가 종목에 따라 농구선수, 축구선수 등과 같이 명확한 구분이 있듯이, e-스포츠 선수들 또한 스타 크래프트 게이머, 철권 게이머 등과 같이 명확한 종목 구분이 있다.
이러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고용 통계 측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은 결코 직업으로 용인되지 않았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과거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로 전업주부, 재학 중인 학생, 심신의 장애로 정상적인 노동력을 제공하기 어려운 사람과 함께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자발적으로 자선사업이나 종교단체에 관여하는 사람 등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따라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용인되지 못했던 시절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구직을 포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프로게이머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한 ‘프로게이머 등록제도’에 따라 국가가 인정한 전문 직업군이 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로 공식 등록될 경우 각종 e-스포츠 대화 등을 통해 받게 되는 상금에 대해 세금 우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사람을 봤다고 해서 과거처럼 비경제활동인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국내서만 약 2000명 활약 중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통계조사 기간을 포함한 지난 4주 동안 수입이 있는 일을 하지 않았으며,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는 두 차례 이상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공인한 대회의 입상 경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2회 이상 수상한 사람에게는 일단 준프로 자격증이 주어지며, 여기서 다시 추가적인 심사와 소양교육 과정 등을 거쳐야 프로로 데뷔할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한 경력을 만들면서 구직활동 중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실제 프로게이머로 등록되면 SKT T1, KT 롤스터, 삼성전자 칸, CJ엔투스 등의 기업 법인에 소속되어 활동할 수도 있으며, 개인이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에 들어가 활동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활동인구 중에 취업자로 분류할 수 있다. 취업자란 조사대상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거나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수입을 위해 주당 18시간 이상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 그리고 직업 내지 사업체를 갖고 있으나, 특별한 사유가 있어 일시적으로 휴직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이러한 고용통계상의 취업자 분류 기준에 따라 이제 특정 회사에 소속돼 급여를 받는 프로게이머는 경제적으로도 어엿한 전문직업군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300명 이내의 사람이 공식적인 프로게이머로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프로게이머 지망생 숫자는 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0명 내외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들의 급여 수준은 여타의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커다란 편차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게임단에 소속되어 활동할 경우 300만~4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게 된다. 물론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여 받게 되는 상금은 해당 선수에게 전액 지급되기 때문에, 우수 선수의 경우에는 실질적인 소득이 더욱 높다 할 것이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는 선수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프로지망생 등은 수입이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프로구단에 입단했다 하더라도 성과가 좋지 않으면 퇴출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승률에 따른 성과급제
프로게이머의 고용 방식을 경제활동인구 조사 시 활용하는 주요 고용 통계 관련 용어로 분류하면 상용근로자와 임시근로자로 분류할 수 있다. 상용근로자와 임시근로자는 임금근로자 중 한 분류에 속한다. 임시근로자는 자신의 근로에 대해 임금, 봉급 등의 형태로 일한 대가를 지급받는 근로자를 말한다. 이 중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는 상용근로자에 해당하며, 고용계약기간이 몇 개월 내지 1년 미만인 경우는 임시근로자에 해당한다. 1개월 미만 내지 매일 매일 고용되어 일당제로 급여를 받는 일용근로자 또한 임금근로자에 속한다.
이런 분류 기준으로 볼 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상용근로자의 비율이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철저히 능력과 성과로만 말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직업별 스트레스 순위에서도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 중 방송 프로듀서, 외환 딜러 등과 함께 프로게이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승률 등의 성과에 대한 프로게이머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의 생성·소멸 주기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직업으로 분류될 수 없는 것들도 직업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과거에는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직업이 유명무실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프로게이머는 비교적 최근에 대두된 직업이다. 그래서 인지 많은 사람들의 기대만큼 우려 또한 많은 듯하다. 앞으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용어 풀이
▨ 프로게이머
프로게이머는 각종 컴퓨터게임 대회에 참가하여 게임을 한다. 게임감독, 팀원들과 함께 전략시뮬레이션, 롤플레잉, 액션게임, 온라인게임 등 컴퓨터 게임에 대한 기술 및 전략을 익히고 꾸준히 연습하여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다. 프로게이머는 집중력과 분석적 사고가 있어야 하며, 정교한 손동작과 빠른 신체반응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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