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32)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입력 2014-01-17 18:07  





▧ 들어가며…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이 15%까지 높아졌다. 여성 장관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도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도 여성이다. 20년 전 여성 국회의원이 3% 정도에 불과하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그러나 아래에 제시될 여러 지표는 현실에서 여성이 아직도 차별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노동의 분야에서 그러한 점이 두드러지므로 오늘은 여성의 노동과 관련해 살펴보기로 한다.

2013 서울여대 수시 기출 : 우리나라 여성 경제 활동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2013 서울시립대 수시 기출 :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2010 이화여대 수시 기출 : 여성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2010 인하대 수시2 기출 : 가족 관념의 변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2008 성균관대 정시 기출 :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의 원인

▧ 여성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

19세기에는 남성과 여성의 노동이 점진적으로 분리되면서 그 경계가 뚜렷해졌다. 사업과 전문 분야가 확대되면서 남자들의 경우 직업이나 공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그 존재 의의가 규정된 반면, 여자들은 그러한 세계에서 멀어져 어머니 역할과 가사를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 (중략) 여자가 만일 직업을 가지게 되면 여성의 고상함은 파괴되어 버린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면 밥벌이를 하는 남편과 가정적인 아내와 아이들이라는 중간 계급의 이상이 널리 확산되고, ‘주부’라는 새로운 범주가 도입되었다.

연지는 꽤 이름 있는 교양지 기자였다. 연지는 그 일에 보람도 느끼고 꽤 열심히 뛰고 있어서 인정도 받고 있는 모양이지만 경숙 여사는 그 직업이 연지를 선머슴같이 만드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중략) 아무도 이백 대 일의 경쟁에 이긴 것을 삼 대 일의 대학 시험에 붙은 것만큼도 안 알아 줬고, 중매를 해 봐도 대학 졸업하고 고이 집에 들어앉아 있는 규수보다 여기자를 조금은 덜 쳐 주려는 낌새가 그녀를 놀라고 자존심 상하게 했다. (중략) 여자 직장이란 어차피 정거장 같은 거, 머물러 봐야 몇 년이나 더 머물라구. 엄마가 그만두란다고 그만둘 딸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이렇게 스스로 자위했었는데 약혼 날을 받아 놓고도 연지는 사표 낼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이화여대 2010학년도 수시 기출> 제시문 중 일부다. 여성의 노동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를 역사적 맥락과 현실 상황에서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공적 영역에서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동안 여성은 육아를 책임지고 가사를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남성이 가진 기득권을 여성에게 내줄 수 없다는 텃새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 그 어떤 남성도 여성의 복종을 마다하고, 자신과 평등한 존재로서의 동반자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의 배타적인 이익을 위해 일정한 직업들은 여성에게 금지된다. 여성이 그 일에 얼마나 적합한지는 상관없다.

현재는 이러한 시각에 일정한 변화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즉 여성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생산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실질적으로 가정 내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도 그 사회의 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다. 경제상황이 호황이어서 일자리가 많을 때에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강조되고, 불황의 국면에 접어들어 일자리가 줄어들 때에는 가사담당자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러한 불안정한 구도 아래서 여성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다음 지표를 통해 알아보자.

▧ 여성의 지위를 보여주는 지표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평균수준과 비교하면 10% 정도 낮은 수준이다.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5% 정도인데 이보다 20% 이상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추이와 관련이 있다. [그림 2]에서 남성의 경제활동은 15세에서 30세 즈음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50대, 60대 이후 퇴직시점에서 하강곡선을 그리는 반면, 여성의 경제활동은 계속 증가하지 못하고 20대 중반에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년이 지나서야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선다. 그리고 그 증가 추세는 하락 전의 증가곡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 경제활동을 포기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육아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시작하는 몇 년 후부터는 다시 재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그 취업조건이 출산 이전과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력단절 이후 여성들이 재취업할 경우 이전의 고용지위보다 낮은 일자리로 재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직업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과 남성 간의 임금격차는 39로 OECD 평균의 3배에 이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여성은 남성의 약 60%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일한 노동을 한다고 가정할 때 같은 임금이 주어져야 평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격차의 원인을 [표 2]와 [그림 3]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1.5배 정도 높다.

또한 상용근로 형태는 적고, 임시직과 일용직 형태 역시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근로조건의 차이는 동일한 노동을 하더라도 다른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 즉, 임시직과 일용직 비중이 높은 여성의 취업형태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이 근로조건과 임금격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취업형태는 그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 더욱 문제이기도 하다.

▧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위하여

사실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로 인해, 정작 손해를 보는 것은 여성이다. 여성은 호황일 때에는 생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때에는 가정에서의 역할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불황일 때에는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남성보다도 먼저 생산 활동에서 배제됨으로써 다른 의미의 고통을 겪게 된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 등 가정에서의 역할이든, 생산 활동에 당당히 참여하고자 하는 사회에서의 역할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되고 그 선택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하대 2010학년도 모의 논술> 제시문 중 일부다. 여성의 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즉, 남성에 대한 부수적 존재로서 여성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독립한 사회적 가치를 가진 노동자로서 여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인식의 전환과 정책의 변경이 필요할 것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국가적 발전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여성이 노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그 부담을 완화시키는 제도적 개선이 우선 시급하다. 육아시설과 보육비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활성화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근로형태에 있어서도 그 안정성이 남성에 뒤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지나 < S·논술 인문 대표강사 curitel2002@hanmail.net</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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